21-42 김소운, <가난한 날의 행복>, 범우사, 2014. 4판 3쇄. **
P10 ‘향충’ 이란 호화스런 중국요리의 연석에서나 볼 수 있는 비싸고 귀한 벌레의 이름이다. 연회가 끝날 무렵 주빈 되는 사람이 그것을 입에 넣고 깨물면 깨문 당사자는 냄새를 맡지 못해도 좌중은 갑자기 퍼지는 그 향기에 모두 황홀해 진다고 한다.
P14 ‘피단’ 이란 술안주로 쓰이는 중국요리를 일컫는다. 오리 알을 날 것 째 진흙으로 싸서 반년 동안 겨 속에 묻어 두면 독특한 풍미를 지닌 피단이 된다. 소운은 이 요리에 절을 하고 싶다고 할 만큼 예찬해 마지 않았다.
P18 아내는 조용히 신문지를 걷었다.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간장 한 종지 …… 쌀은 어떻게 구했지만 찬까지는 마련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아내는 수저를 들려고 하다가 문득 상 위에 놓인 쪽지를 보았다. “왕후의 밥, 걸인의 찬 …… 이걸로 시장기만 속여 두오.” 낯익은 남편의 글씨였다. 순간 아내는 눈물이 핑 돌았다. 왕후가 된 것보다도 행복했다. 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행복감에 가슴이 부풀었다.
P31 가다 오다 한두 갑 피워 보아서는 담배 맛이란 모르는 것 -------, 정이 들고 무간 해져서 비로소 맛이 나는 것은 사람이나 담배나 매일반이다.
P51 일어로 ‘가야’라는 나무 …….. 우리 말로 비자나무라는 것이 아닐까 ……. 이 가야로 두께 여섯 치, 게다가 연륜이 고르기만 하면 바둑판으로는 그만이다. ……. 가야는 연하고 탄력이 있어 2, 3국을 두고 나면 반면이 얽어서 곰보같이 된다. 얼마 동안만 그냥 내버려두면 반면은 다시 본대 대로 평평해진다. 이것이 가야 반의 특징이다.
P78 U군의 인품이나 덕성이 거리에서 보는 어느 청년들과는 좀 색다르다. 나이는 젊은데 어디인지 노성한 태가 보인다. 그것도 얄미운 노성이 아니요 겸손하고 조용하면서도 요지부동하는 무엇 하나를 가진 느낌이다. U군을 대하면 내 마음이 저절로 너그러워진다. 도심견고의 선지식을 대한 것처럼 --------,
P124 도대체 행복의 실체란 무엇인가? …… 행복이란 금 마차를 타고 풍악을 잡히며 저쪽에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란 것을! 내가 심고 내가 가꾸는 하나의 ‘보람’ --------- 거기 무너지지 않고 낡지 않는 행복의 씨앗이 숨어있다는 것을!
P142 모든 예술의 근간은 인생에 대한 사랑, 그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 유독 수필은 ‘사랑’ 이란 밑거름 없이는 피어나지 않는 꽃입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내 향토, 내 겨레에 대한 사랑 ------ 따스한 사랑의 체온만이 좋은 수필을 낳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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