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7 곽재구, <곽재구의 포구기행>, 열림원, 2003. 2판. **
P58 분명한 것은 자연은 자연 상태로 두는 것이 가장 인간의 꿈에 부합된다는 사실이다. 지중해를 낀 나라들은 그 따스하고 자양분 넘치는 바다 풍경을 관광 자원화 시켜 돈을 번다. 원칙은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P79 사람이 모여들어 아름다운 곳은 시장 풍경뿐 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멸치 배의 그물 터는 풍경이 하나 더 늘었다.
P92 짧은 길을 긴 시간을 들여 여행한 사람은 경험상 행복한 사람입니다.
P146 그 꿈들의 공통점은 다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루어지는 순간 이미 그것은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 꿈이 이루어지면 인간은 또 새로운 꿈을 꾸기 마련인 것이다. 나는 이제 내가 여태껏 이루지 못한 꿈들 때문에 아파하지 않는다. 꿈은 지니고 있는 데서 그 자체의 광휘가 빛난다. 개펄들이 그 무수한 오폐물과 악취를 모아 그곳에 모든 바다 생물들의 낙원을 만들듯이, 세상살이에서 구토하고, 쓰러지고, 아파하고, 쓸쓸해한 모든 기록들이 기실은 우리가 꿈꾸고자 한 시간들의 한 집적이 되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면, 그 생명은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다.
P185 개펄이 만든 지평선이 보이네/ 개펄 위에 배들이 나란히 얹혀져 있다. 밧줄에 묶여 있지만 그들의 모습 또한 보기 편하다. 노예들의 휴식은 아닌 것이다. 밀물이 들면 그들은 다 푸른 바다로 나갈 것이다. 배들이 싱싱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다로 나가는 모습은 사랑스럽다.
P212 그는 육지와 완전히 다른 제주의 풍광에 매료된다. 용암석으로 지은 집들, 짚으로 만든 옷을 걸치고 다니는 원주민들, 물 속 깊이 자맥질하는 해녀들, 동굴과 그 속의 커다란 박쥐들,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 ……
P227 신비한 하늘의 아침/ 파도소리가 싱싱합니다. 지나간 시간들, 따뜻했으나 쓰라린 숨결들, 그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울지 마세요. 새로운 시간들은 늘 우리 앞에 펼쳐지는 법이니까요. 조천, 신비한 하늘의 아침처럼 말이지요.
P247 동백숲 속에 숨은 선경/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하늘의 가지에 매달려 있을 때보다 땅 위에 떨어져 있을 때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찾아 든다. 땅의 마음이 동백의 꽃송이로 피어났다가 다시 땅으로 돌아왔으니 지심도에서 길 위의 동백꽃이 우련 아름다움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P264 소설이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읽히는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망가진 인간의 꿈과 사랑을, 그 회복을 끈질기게 이야기하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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