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8 김형경, <심리여행 에세이 사람 풍경>, 예담, 2008. 16쇄.**
P25 우리 삶의 중요하면서도 어처구니 없는 비밀 한 가지는 우리 대부분이 세 살까지 형성된 인성을 중심으로, 여섯 살까지 배운 관계 맺기 방식을 토대로 하여 살아간다는 점이다. 정신 분석가들은 인간 정신이 생후 3년에 이르기까지 60퍼센트, 여섯 살까지 95퍼센트 형성된다고 한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다섯 살까지가 아주 중요하다고 말한다.
P27 ‘내면의 아기를 성인이 된 자신이 보살피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 “첫째 단계는 혼란을 야기하는 행동과 그 감정이 어린 시절에서 발단되었음을 깨우치는 일이다. 둘째 단계는 어린 시절을 우리에게서 떼어버릴 수 없듯이 그러한 감정들 또한 우리 자신의 일부임을 승복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다. 셋째 단계는 몇 가지 제약을 가함으로써 어린 시절의 그 감정이 자신의 행동을 지배하거나 능력 발휘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힘겨운 일이기에 인내와 용기를 필요로 하며, 계속 반복되어야 한다.”
P37 생애 초기에 엄마와 제대로 된 애착관계를 맺지 못한 사람이 갖는 문제 중에는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점이 있다. 애착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시기의 결핍이 정신의 일부로 형성되어 있어 무엇으로도 메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아기들의 내면에는 불만족스러운 현실의 엄마를 대신해서 이상적이고 미화된 엄마에 대한 환상이 자리잡게 된다. 그 결과는 성인이 된 후에도 제대로 된 현실 인식을 갖지 못하거나 이상적인 연인을 찾아 방황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P77 우울증이 찾아오면 틀림없이 이런 상황 중 하나다. 일주일 이상 운동을 하지 않았거나, 너무 오래 사람을 만나지 않은 채 틀어박혀 있었거나, 심하게 추위에 노출되거나 햇빛을 적게 쬐었을 경우이다. 우울증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다. 운동복을 갈아입고 20분 정도만 걷거나 달리면 부정적인 생각들이 가라앉고, 40분 정도 지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한 시간쯤 지나면 창의적이 아이디어가 솟아오른다.
P79 불안장애는 실제로 존재하는 위험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위험에 대한 환상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무력하게 느껴지는 상태이다. 그 원인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위험에 대한 과잉 반응이며 유아기에 형성된 정서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P87 불안 장애는 유아기에 엄마의 사랑이 일관되게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증상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일관되게 사랑하지 않는 부모보다는 차라리 냉담한 부모가 낫다고 한다.
P90 사랑과 분노를 번갈아 가며 내밀거나, 표면적으로는 사랑을 주는데 내면적으로는 질투나 분노를 투사하거나, 조건을 내세워 사랑을 주었다 뺏었다 하면 그것을 받는 아기의 마음에 불안이 자리잡는다.
P98 아기 때부터 억압되고 내면화된 분노는 다른 감정이나 신체적 증상으로 표출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공포심이라고 한다. 쥐를 유난히 무서워하는 남학생,거미를 병적으로 두려워하는 여학생을 분석했더니 남학생은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 여학생은 어머니에 대한 분노를 억압하고 있더라는 얘기…
P105 누군가가 ‘겁이 많다’, ‘무서운 것이 정말 싫다’고 진저리 치듯 이야기하면 속으로 생각한다. ‘좋은 사람’ 이라는 평을 듣는 사람이겠구나, 쉽게 화를 내지도 않겠구나, 그러나 내면에는 엄청난 양의 분노가 억압되어 있겠구나. 그 억압된 분노로 인해 서서히 자신이 삶을 파괴하고 있겠구나……
P127 중독은 의존성이 가장 심화, 극단화된 형태이다. 대상에 대한 의존이 너무 심해 그것이 없이는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없고 일상생활이 유지되지 않을 때, 그것을 중독이라고 한다. 중독의 심리적 근원에도 유년의 결핍이 있다. 애착의 대상이던 엄마를 잃은 아기, 엄마를 생존에 필요한 도구로 사용할 수 없었던 아기, 엄마와 정서적 교류와 공감을 나누지 못한 아기가 나중에 커서 중독에 취약한 정신 갖게 되기 쉽다.
P149 자기 존중감이 확고한 사람은 불필요하게 가사의 경쟁자를 설정하지 않으며, 설사 환상 속에서 경쟁하는 일이 있더라도 쉽게 패배하지 않는다. 실제로 감성적으로 불안하거나 호전적인 사람의 파트너가 더 많이 외도한다는 통계 조사도 있다.
P151 타인이 가진 것을 파괴하고 싶은 욕망 시기심은 행복, 성공, 명성 등 가치 있는 것을 누리는 사람에 대해 불쾌감과 악의를 느끼는 감정이다. 그 심리적 배경에는 ‘상대방이 가진 것이 내게 결핍되어 있다’는 느낌이 있으며 자신과 무관한 사람을 향해서도 표출된다.
P160 시기 당하는 사람은 자칫 죄책감을 느끼기 쉽고, 시기심을 피해 관계를 철수하게 되고, 자신이 가진 선을 포기하고자 하는 유혹을 느끼게 된다. 그때 시기 당하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은 시기 받는 고통을 인정하는 것, 그럼에도 자신의 가치를 폄하하지 않는 r서, 자신이 가진 선을 끝까지 믿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P171 남에게 욕먹는 사람은 자신의 부정적 내면을 억압하지 않는 사람, 자신의 욕망과 감정에 솔직한 사람일 것이다. 그는 덜 고상해 보일지는 몰라도 심리적으로 불편하지 않고, 생의 에너지가 억압되지도 않고, 암에 걸리지도 않는 삶을 살 것이다.
P177 투사란 ‘스스로 수용할 수 없는 욕망, 생각, 느낌을 주체의 바깥, 즉 다른 주체에게로 옮겨놓는 방어기제’라 한다.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생각이나 느낌이란 앞장에서 언급한 분열의 심리 작용에 의해 나뉘어진 부정적인 영역의 감정들이다. 그런 감정들이 다른 대상에게 옮겨져 표출되는 방식은 대체로 혐오, 경멸, 비난, 분노의 방식이다.
P182 지역감정, 마녀사냥, 인종차별주의 등은 가장 대표적인 투사 현상이다. 옳고 선한 것만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고 악하고 부정한 것은 모두 상대에게 옮겨 놓는 태도이다.
P184 투사 방어기제가 발동되는 이유는 자신의 선하고 정당하고 우월한 모습을 보호하기 위해서 내면의 부정적인 생각, 욕구, 충동을 외면하는 데서 비롯된다.
P187 “남에게 보이는 관심을 반만 줄여도 생이 한결 편안해질 것이다.” 게슈탈트의 말이다. 우리가 ‘남에게 보이는 관심’이란 대체로 시기심이거나 의존성이거나 투사의 감정 같은 것들의 결집이기 때문이다.
P189 회피; 자기 자신과 삶으로 부터의 도피/ 회피 방어기제는 위험하거나 고통스러운 감정, 상황, 대상으로부터 안전한거리를 유지하려는 행동이다. 그 생존법은 유아기에는 유용했으나 성인이 된 수에는 삶을 가두고 발달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P201 동일시; 타인을 받아들여 나의 일부로 만들기/ 동일시는 한 개인이 타인의 어떤 점을 받아들여 자신의 일부로 만드는 현상이다. 그것은 무의식 안에서 일어나는 작용이며 자아가 성장하거나 변형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라캉은 동일시를 통해 주체가 탄생한다고 설명한다.
P215 콤플렉스; 다양하고 풍성한 인격의 근원/ 콤플렉스는 극복하거나 떨쳐낼 수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일부로 끌어안고 인정해야 한다. 콤플렉스를 사랑하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수치스러워 했던 그것을 의식 속으로 통합하는 순간 더욱 다양하고 풍성한 인격이 나오게 된다.
P231 자기애; 퇴행과 성장으로 난 두 갈래길/ 나르시시즘은 병리적 자기애와 건강한 자기애로 나뉜다. 병리적 자기애는 자신이 옳다. 선하다. 정당하다고 느끼는 의식이며 과대한 전능감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건강한 자기애는 병리적 자기애 뒷면에 있는 모든 부정적인 면들을 인식하고 끌어안을 때 비로소 획득되는 것이다.
P238 “나르시시트들의 행동 특성들은 신체를 드러내는 것(노출증), 권력 있는 지위에 스스로를 천거하는 것(자기 과신), 음식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을 먹는 것(자기 중심), 대가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커다란 호의를 구하는 것(특별 대우), 친구의 어려움을 보면서 웃는 것(공감 결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친구를 이용하는 것(대인 착취) 등이 있다.”
P243 자기 존중; 행복할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느낌/ 자기 존중감은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라고 느끼는 감정이다. 우리에게 생각하는 능력이 있으며, 생에서 만나는 역경을 이겨낼 능력이 있으며,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주장할 자격이 있으며, 스스로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는 감정이다.
P248 나사니엘 브랜든은 ……. 그의 책 <나를 존중하는 삶>에는 자기존중감에 대해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1. 우리 자신에게 생각하는 능력이 있으며, 인생살이에서 만나게 되는 기본적인 역경에 맞서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며, 2. 우리 스스로가 가치 있는 존재임을 느끼고,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주장할 자격이 있으며,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결과를 즐길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또 스스로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P253 어렸을 때 외할머니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았다. “항상 자중자애해라.” …… 알고 보니 자중자애의 진정한 의미가 곧 자기애와 자기 존중이었다. 자중자애가 이미 우리 문화에 녹아 있는 삶의 방식이며 일상의 가치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을 때는 새삼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P255 나사니엘 브랜든은 자기 존중감이 천부적으로 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습득해서 터득해야 하는 삶의 기능이라고 설명한다. 자기를 긍정하고, 자기 삶에 책임을 지며,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고독을 참아내며, 성실성과 정직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한다. 자기 존중감은 또한 자기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긍정적인 속성을 거짓 겸손이나 우월감 없이 인정하며, 자신의 부정적인 속성을 열등감이나 자기 비하감 없이 시인하는 마음, 그것이 자기 애와 자기 존중감의 본질을 형성하는 토대이다.
P257 몸사랑; 몸이 곧 정신이고 육체가 곧 정체성이다/ 몸과 마음은 긴밀하고도 직접적으로 소통되는 하나의 통합된 실체이다. 정신이 억압된 측면들은 자주 마비나 통증 같은 몸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옛 선사들은 몸에 병이 들어오면 마음을 활짝 열어 병을 내보냈다고 한다.
P264 걸을 때는 되도록 몸을 가볍게 한다. 옷차림도 가볍게 하고 소지품도 단출하게 지니고, 무엇보다 마음을 가볍게 한다. 하던 일이나 고민거리, 의무나 책임 같은 것은 고스란히 집에 남겨둔 채 되도록 빈 마음만 가지고 집을 나선다.
P296 엄마의 정서적 보살핌이 결핍된 아기에게 ‘좋은 엄마’의 환상이 생기고, 성장하면서 그 환상은 어딘가에 부자 보무가 있을 거라는 식의 현실 부정으로 변형된다고 한다. 사춘기가 되면 좋은 보호자가 나타나줄 거라는 환상을 담은 ‘키다리 아저씨’ 같은 하이틴 소설에 매혹된다. 그런 이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현실의 삶을 수용하지 못한 채 어딘가 다른 곳에 다른 삶이 있을 거라는 환상을 품게 된다.
P311 인정과 지지; 고래도 춤추게 하는 놀라운 힘/ 인정과 지지는 존재의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지나치면 인정 중독이 되어 인정받는 데서 자신의 정체성을 느끼고, 인정받기 위해 일 중독자가 된다.
P321 인정 중독이 되는 이유는 유아기에 칭찬과 격려에 인색한 부모, 지지해줄 줄 모르는 냉담한 부모, 감질나는 방식으로 사랑을 주는 부모의 양육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런 이들은 외부에서 오는 인정과 지지를 기대하기보다는 자기 스스로가 내면에서 인정과 지지를 기대하는 아기를 돌보고 격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지지는 ‘판단하는 마음 없이 타인의 행위를 인정하는 것, 충고하고자 하는 마음을 누른 채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정의된다. 바로 그 지지의 태도를 자기 자신에게 돌릴 수 있으면 타인의 칭찬에 그토록 들뜨거나, 외부의 비판에 그토록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자기 중심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P324 공감; 타인에 이르는 가장 선한 길/ 공감은 중립적이고 비판단적인 태도에 상대방의 내면을 함께 느끼는 것으로, 모든 정신 치료자에게 필요한 지본 자질이라고 한다. 인간의 부정적인 속성에도 불구하고 위대하고 힘겨운 긍정의 태도를 견지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 모두 그러하다는 자각과, 그 자각을 바탕으로 하는 공감 능력 덕분일 것이다.
P332 공감은 연민이나 동감과도 구분되는 감정이라고 한다. 연민은 자신이 상대방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을 전제로 한 감정이고, 동감은 객관적 태도를 잃고 상대방에게 횝쓸리기 쉬운 감정이다. 반면 공감은 중립적이고 비판단적인 태도로 상대방의 내면을 고스란히 함께 느끼는 것이라 한다. …..”자기 마음에 고요히 머물러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타인의 마음에도 잠시 머물 수 있다.”
P359 인간 정신에 ‘정상’의 개념은 없으며, 생이란 그 모든 정신의 부조화와 갈등을 끊임없이 조절해 나가는 과정일 뿐임을 알게 되었다.
P368 그들의 창조성의 비밀은 내면에 있는 자아의 다양한 국면을 인식하고 통합하고 표출하는 능력에 있는 것 같았다. 두세 살짜리 아이의 것과 같은 호기심, 반항기를 드러내는 청소년 같은 분방함, 깊은 사유를 보이는 중년의 진중함, 삶의 비밀을 간파한 노인의 지혜 등이 한 인간의 내면에 공존함을 이해하고, 그 모든 국면을 표출하는 행위인 듯했다. 전문가들은 그런 행위를 ‘자기 실현’이라고 칭한다.
P373 이제 나는 내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며,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며, 정의롭기도 하고 비겁하기도 하며, 이기적이기도 하고 이타적이기도 하며 ……, 그런 얼룩덜룩하고 울퉁불퉁한 존재로서 존엄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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