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책이야기

21-15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paula won 2021. 6. 10. 09:15

21-15 도종환,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좋은 생각, 2005. 13. **

P29 도토리나무 한 그루를 보고 거기서 진리를 발견한다. …. 꼭 크고 거대하고 떠들썩한 일을 할 때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거기 그렇게 한 그루 나무로 있는 것만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열매를 줄 수 있는 삶이 있다는 것이다.

P57 플라톤은 행복의 조건으로 다섯 가지를 듭니다. 첫째, 먹고 입고 살고 싶은 수준에서 조금 부족한 듯한 재산. 둘째,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 약간 부족한 용모. 셋째, 사람들이 자신이 자만하고 있는 것에서 절반 정도밖에 알아주지 않는 명예. 넷째, 겨루어서 한 사람에게 이기고 두 사람에게 질 정도의 체력. 다섯째, 연설을 듣고서 청중의 절반은 손뼉을 치지 않는 말솜씨가 그것입니다. …… 적당히 모자란 가운데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나날의 삶 속에 행복이 있다고 플라톤은 생각했습니다.

P68 우리는 누군가 나를 정말로 포근히 안아 주길 바랍니다. 편안하게, 진심으로 따뜻하게 사랑해 주길 바랍니다. 그런 마음으로 안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길 바랍니다. …… 사람들은 마음속으로는 다 사랑받기를 갈구합니다. 우린 너무 외롭게 살고 있습니다. 먼저 안아줘 보세요. 나무든 사라이든 먼저 안아주면 그도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것입니다.

P72 강둑길을 천천히 걸어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그만큼 여유 있는 삶을 산 것일 텐데요. ……. 자연과 가까워지는 만큼 마음도 자연을 닮게 되고 자연을 닮으면 너그러워지고 편안해집니다. 마음에 넉넉한 여백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P75 고요히 있으면 물은 맑아진다

P81 나뭇잎 사이로 별이 총총한 느티나무 아래 앉아 있으면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게 아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은빛으로 반짝이고 나는 그 깜빡거리는 별빛을 보며 눈을 맞춘다.

P96 가장 낮은 자리에 있음으로 해서 모든 물줄기가 그곳으로 모이고 거기 모여서 시냇물이 되어 먼바다에까지 흘러가는 이치를 배우고 싶다.

P112 바람이 나무를 흔들지만 영원히 흔들고 있는 바람은 없다. 불던 바람은 가고 나무는 다시 본래의 제 모습으로 서 있게 된다. 먹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천둥 번개가 하늘을 가르기도 하지만 구름은 반드시 지나가게 되어 있다. 그러면 하늘은 언제나 제 빛깔로 거기 있지 않은가.

P121 고요히 있는 것이 최선이다. 가만히 있으면 흐린 것은 아래로 가고 물은 맑아진다. 맑아지면 마음의 본바탕과 만나게 된다. 맑아지면 선해지고 선해지면 욕심도 삿됨도 가라앉게 된다.

P126-127 생의 절반 가까이를 나무들은 훌훌 벗어버리고 산다. 겨울 동강에서 그걸 알았다. 빈 몸 빈 가지로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잇다는 것을 나무들은 보여준다. 나무들만이 아니라 산도 그렇다. 다 벗어버린 산의 육중한 골격이 주는 수묵의 아름다움은 어디를 옮겨 놓아도 한 폭의 그림이다. 다 버리고도 아름다울 수 잇는 모습을 오래오래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며 가슴에 담아오게 된다. 이름에 대한 헛된 집착, 명예에 대한 욕심, 이익을 따지고 계산하게 되는 마음, 가당찮은 욕망과 망상, 그리고 일에 대한 욕심까지, 버릴 수 있는 것은 다 버려야 한다. 동강의 줄기를 따라 내려오면서 버리고 나서도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을 생각한다. 그리고 소리 없이 흐르며 깊어지는 강물처럼 사는 길을 생각한다.

P134 물이 맑아서 산 그림자를 깊게 안고 있고, 산이 높아서 물을 늘 깊고 푸르게 만들어주듯이 그렇게 함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산과 물이 억지로 섞여 있으려 하지 않고 산은 산대로 있고 물은 물대로 거기 있지만, 그래서 서로 아름다운 풍경이 되듯 그렇게 있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P145 쇠절굿공이는 천하에 지극히 강한 것이고, 젖은 쌀은 천하에 지극히 부드러운 것이다. 지극히 강한 것으로 지극히 부드러운 것을 짓찧으니, 얼마 안 되어 고운 가루가 되는 것은 필연의 형세이다. 그러나 쇠절굿공이도 오래되면 닳고, 깎이어 작아지지 않는 것이 없다. 이것으로 통쾌하게 이기는 자도 반드시 남모르게 손실을 당하고 있는 게 있음을 알게 되었다.

P148 그의 좌우명은 다음과 같다. ……. 간소하고 질서 있는 생활을 할 것. 미리 계획을 세울 것. 일관성을 유지할 것. 꼭 필요하지 않은 일은 멀리할 것. 되도록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할 것. 그날그날 자연과 사람 사이의 가치 있는 만남을 이루어가고, 노동으로 생계를 세울 것 …….. 쓰고 강연하고 가르칠 것. 원초적이고 우주적인 힘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 계속해서 배우고 익 혀 점차 통일되고 원만하며 균형 잡힌 인격체를 완성할 것…….

P176 키요자와 만시는 이렇게 말했다. 내면의 자족에 이르는 것이 신심의 절정이다. 그 자리에 설 때 생선을 즐겨 먹지만 생선이 없다고 해서 불평하지 않는다. 재물을 즐기되 그 모든 재물이 없어졌다고 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높은 벼슬자리에 앉기도 하지만, 그 자리에서 물러날 때 아까워하지 않는다. 지식을 탐구하되 남보다 더 안다 해서 뽐내지 않고 남보다 덜 안다 해서 주눅들지 않는다.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살 수도 있다. 그러나 산속에서 밤하늘 별을 보며 잠자리에 드는 것을 경멸하지 않는다. 좋은 옷을 입지만 그 옷이 더러워지고 찢어져도 태연하다.

P181 그러나 잊지 말았으면 한다. 영혼의 기쁨으로 가득 찬 소리를 울려 보내는 범종 밑의 항아리도 오랜 옛날에는 오줌을 가득 담은 채 잔뜩 얼어붙은 가슴으로 한겨울을 나던 오줌독이었다. 오줌을 담아왔기 때문에 맑은 소리도 담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P208 생각해 보니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의 모습이 아름다운 건 그 나무들 뒤에 말없이 배경이 되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뭇가지들의 세세한 곡선과 균형, 멋들어지게 휘어진 모습으로 자라온 나무들의 지난 생과 무난한 어울림, 자잘한 잎새의 떨림과 흔들림까지 빠짐없이 보여주는 빈 허공이 없다면 나무들은 그렇게 빛나지 않았을 것이다. …….. 허공, 비어있는 공간이야말로 아름다움을 이루는 중요한 공간인 것이다.

P215 더 많은 것을 갖고자 하고, 더 많은 것을 얻고자 끝없이 매달리는 삶에는 행복이란 없다.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에겐 행복이 찾아오지 않는다. 낮은 것에도 기뻐하고, 좀 천천히 가면서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만족이 찾아온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우리에게 이런 말을 남기고 있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대, 여러분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도록 두지 말라. 백만 대신에 다섯이나 여섯까지만 셀 것이며, 계산은 엄지 손톱에 할 수 있도록 하라. 문명 생활이라고 하는 이 험난하 바다 한가운데서는 구름과 태풍과, 그리고 천가지하고도 한 가지의 상황을 더 파악해야 하므로, 배가 침몰하여 바다 밑에 가라앉아 목표 항구에 입항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 간소화하고 간소화하라. ….. 그리고 다른 일들도 그런 비율로 줄이도록 하라.

P218-219 좀더 적극적으로 느리게 살기 위해 피에르 쌍소는 다음의 아홉가지를 권한다. 첫째, 한가로이 거닐기- 나만의 시간을 내서 발걸음이 닿는 대로, 풍경이 부르는 대로 나를 맡겨보면 어떨까? 둘째, 듣기- 신뢰하는 이의 말에 완전히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셋째, 권태-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사소한 일들을 오히려 소중하게 인정하고 애정을 느껴보면 어떨까? 넷째, 꿈꾸기 우리 내면 속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던 희미하면서도 예민한 의식을 때때로 일깨워보는 일은 어떨까? 다섯째, 기다리기 자유롭고 무한히 넓은 미래의 지평선을 향해 마음을 열어보는 것은? 여섯째, 마음의 고향 내 존재 깊은 곳에서 지금은 희미하게 퇴색되어버린 부분, 낡은 시간의 한 부분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본다면? 일곱째, 글쓰기 우리 안에서 조금씩 진실이 자라날 수 있도록 마음의 소리를 옮겨보면 어떨까? 여덟째, 포도주 지혜를 가르치는 학교, 그 순수한 액체에 빠져보는 것은? 아홉째, 모데라토 칸타빌레 절제라기보다는 아끼는 태도, 그 방식을 따라본다면? 이런 삶을 선택한다는 것은 시간을 급하게 다루지 않고, 시간의 재촉에 떠밀리지 않겠다는 단호한 r결심에서 나오는 것이며, 또한 삶의 길을 가는 동안 나 자신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한 능력과 세상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폭을 넓히겠다는 확고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P226-227 소나무가 번창하는 숲에는 다른 나무들이 자라지 못한다. 소나무 아래에서는 어떤 풀도 자라지 못한다.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식물들은 견제하기 위해 뿌리에서 독한 물질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독야청청하는 이면에는 성장저해물질을 끊임없이 분비하며 자신을 지키는 독선적인 면이 숨겨져 잇는 것이다. ……그러나 소나무도 도토리나무나 떡갈나무 같은 참나무들과의 싸움에서는 지고 만다. 참나무가 자기 열매를 좋아하는 다람쥐나 청설모를 마음대로 움직이며 씨를 퍼뜨리기 때문이다. ……….소나무를 이긴 참나무들은 가을에 산 전체를 자기들의 잎으로 덮는다. 낙엽으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것이다. 비옥하고 두툼해진 산은 많은 빗물을 저장할 수 잇고 풍부한 산소를 만들어 내 숲다운 숲을 이룬다. …… 차라리 다람쥐나 새가 둥지를 틀고 살 수 있도록 살 집을 내주는 나무들은 그 공동 때문에 거대한 나무들이 바람에 쓰러질 때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안에서부터 서서히 부패하기 시작하는 나무들은 끝내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고 만다.

P229 나무가 사람보다는 백 번 낫다. …. 저희끼리 햇빛과 바람과 물을 얻기 위해 다투지만 사람처럼 전쟁을 하지는 않는다. 많은 날들을 순리에 따르고자 하고 자연의 하나로 섞여 말없이 살고자 한다. 적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주고자 하며 해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삶을 산다. 다 버리고 다시 시작한다. 내가 가진 것이 늘 내 것이 아니라는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P233 삶의 속도에서 내려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게 휴식이나 여행일 수도 잇고, 기도일 수도 있고…….

P249 혼자만 잘해서 자기 혼자 성공하는 사람 Only-Win Style은 내 행복의 그늘에 가린 남의 불행을 잘 모른다. 그러나 내가 아파 보았던 사람은 남의 아픔을 안다. 내가 처절하게 절망스러웠던 사람은 남의 절망을 안다.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남의 처지를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진정으로 승리하는 사람이다.

P272 먼 거리에 떨어져 침묵하고 있는 산, 그런 산처럼 있는 사람.

P277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며 사랑한다는 일은 책임지는 일임을 생각합니다. 사랑한다는 일은 기쁨과 고통, 아름다움과 시듦, 화해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삶과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일이어야 함을 압니다.

P284 좋은 글보다 나는 좋은 사람을 훨씬 좋아한다. 도종환은 글보다 사람이 더 좋다. 좋은 사람의 글을 읽어보면 글재주 글 냄새보다 사람의 냄새가 솔솔 배어 나와 사람들을 취하게 한다. 글 속에서 흘러나오는 사람의 냄새는 진실할 때만 가능하다. 진실은 서툴고 어색해도 따사로운 사람의 훈김이 서려 있어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 김용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