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9 황수연, <모나게 표나게 명랑하게>, 공감의 기쁨, 2013. *
P23 두려워하는 내내 평정심을 잃고 자신도 모르게 매번 잘못된 선택을 하곤 한다. 두려움뿐만 아니라 강한 집념이나 집착도 일을 망친다. 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실수를 낳는다. … 잊지 말아야 할 건, 넘어져도 죽지 않는다는 것, 혹여 희귀하게 목숨을 잃는다 해도 그건 자신의 영역 밖의 일이라는 것, 평생을 두려움 속에서 살는지, 아님 자유로워 질지는 선택이란 것.
P43 과거는 이미 묻혔는데 왜 지금 이 순간을 못 살며 미래는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왜 그것 때문에 지금 여기에 못 사느냐.
P55 주어진 생을 다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성공이다.
P76 편안하고 좋은 것은 왜 그리 빨리 익숙해지는지, 불편하고 고된 것이 두고두고 곱씹어지는 데 비하자면 사람 맘이 참으로 간사하다. …… 담담한 인내나 긍정적 수용, 자연스런 참 이해는 끊임없이 다듬어지고 단련되는 철학이 있어야 가능하다.
P96 뼈 없는 동물인지 사지가 홱홱 구부러지는 요가 시간의 최 여사. 뒤늦게 붓글씨 영재로 떠오른 서예 시간의 조 씨. 두툼한 손으로도 솜씨 좋게 그릇을 빚는 도자 시간의 김 형. 고작 다섯 명인 강좌의 반장도 장이라고 설레 발치는 고 사장. 배우러 온 건지 불평불만, 남 탓하러 온 건지 알 수 없는 자칭 이 군. 입만 열면 자식, 손주 자랑으로 귀 따갑게 하는 손 공주. 하다못해 더 깊은 병 지닌 이가 병실을 제압하고, 유치원 다섯 살 짜리도 또래보다 바쁜 스케줄을 자랑 삼는 세상 주목받고, 사랑받고 싶은 이가 허다한 세상.
P105 중년에 이르기까지 상실의 경험이 없는 이는 없다. …… 자신의 힘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것들마저 인정하지 않고 버티다 보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 이미 잃은 것들은 연이 다한 것일 뿐, 내려 놓아야 한다. 한데 놓지 못한다면 이미 잃은 것들에 더해 집착이 주는 고초마저 겪게 된다.
P112 찌개 끓는 소리와 구수한 밥 냄새 편만하게 퍼져 있는 집. 그 집이 사람을 순화시키고 안정시키며, 무언가 잘못될 일 같은 건 없다 위로한다는 걸,
P121 단선적이고 획일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던 일들이 어느 순간 그럴 수도 있는 일이 되는 시점이 있다. 상대의 약점이 내 허물과 별반 차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시점, 그들도 모두 나아지고,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시점. 타인들을 내 삶의 일부로, 온화한 눈길로 보게 되는 시점. 나이 듦의 기쁨이자 시간의 선물.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평안해 지는 순간이 온다.
P140 세상을 치유하는 건 시비를 가리는 합리나 비난, 회초리보다는 위로나 격려, 사랑이다. P149 인생은 사십부터도 아니요, 사십까지도 아니다. 어느 나이고 다 살만하다.
P169 끓어오르는 과정이 없었다면 100도에서 물이 끓는 일도 없는 게다. 과정은 도외시한 채 결과만 중시하거나, 모든 일에서 간절하게 의미를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일상은 지루하고 무의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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