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책이야기

21-08 들꽃의 살아가는 힘을 믿는다

paula won 2021. 4. 26. 09:48

21-08 이상권 지음, 이원우 그림, <들꽃의 살아가는 힘을 믿는다>, 웅진 닷컴, 2003. **

P21 머위는 맛을 아는 사람들만이 찾는다. 머위는 순을 먹는다. 껍질은 비교적 잘 벗겨진다. 껍질 벗긴 순은 독이 없고 순해서 손으로 분질러도 잘 부러진다. 머위 줄기를 벗겨내고 나면 손에 까만 물이 든다. 머위에서 나오는 녹말이 굳으면서 약간 검게 변하는 것이다. 머위는 어떤 음식에나 들어만 가면 담백한 맛을 낸다. …된장국을 끓여 먹었으며, 무쳐 먹기도 했고, 초장에다 그냥 찍어 먹기도 했다.

P36 소나무: 사람들은 송진을 기름으로 이용하지만, 소나무 처지에서 볼 때는 아주 괴롭다. 송진 때문에 불에 아주 약하기 때문이다. 불이 나서 불꽃이 살짝 닿기만 하여도 비실비실 앓다가 죽어가니, 불에 강한 신갈 나무하고는 정반대다.

P41 창포: 창포로 만든 술을 마시면, 몸이 가벼워지고 귀와 눈이 밝아지고 정신이 맑아지며, 건망증을 없애주고 늙음을 막아준다고 하였다. …… 풀로 물을 우려내서 머리를 감고, 뿌리로 비녀를 만들어 이용하고, 술을 담가 먹던 풍습은 1970년대만 하여도 간간이 전해 내려왔다.

P60 모시는 저절로 자라기도 하지만, 밭 귀퉁이에다 심고 가꾸기도 하였다. 한번 심어놓으면 뿌리가 살아서 해마다 돋아난다. 사람들은 그 모시 밭에다 나무를 태운 부엌 재를 한 번 뿌려줄 뿐 비료 한번 주지 않는다. 그렇게 모시가 자라나면 세 번 정도 베어낸다. 초봄에 싹이 트고 무성하게 자라난 줄기를 단오 전후로 베어낸다. 모시는 궂은 날 베어낸다. 그것은 모시가 햇볕을 쪼이면 금세 수분이 말라 붙는 이유도 있지만,

P61 모시: 서울시내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쑥 빛 송편은 대부분 쑥으로 만드는데, 남도 지방에서 모싯 잎으로 만든 것보다 맛과 색깔이 형편없다. 모싯 잎을 줄거리 부분만 남겨놓고 살짝살짝 훑어낸 다음, 그것을 허드렛용 가마 솥에다 푹 삶아서 시루에 찐 쌀과 함께 메로 치면, 마치 멍든 부분에 붙인 치자에 스며든 푸르스름한 멍 빛 같은 떡쌀이 된다.

P105 동의보감에는 감이 목마름을 그치게 하며, 술독을 풀어주고, 설사를 멎게 해주는 약이라고 적혀 있다. 특히 홍시는 목마름을 그치게 하고 술독을 풀어준다. 또 곶감에서 나오는 흰 가루는 시상이라고 하여 목구멍이 아프거나 목마를 때 먹으면 갈증을 달래준다. 봄에 돋는 새잎을 뜯어 말린 것을 시엽이라고 하는데 감 잎 차는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 좋다고 한다. 감 꼬치 말린 것은시체라고 하여 딸꾹질 하는 사람이나 오줌싸개들에게 약으로 썼다. 또 뿌리는 시근이라고 하여 피를 멎게 해준다.

P106 옛사람들은 감나무에 일곱 가지 덕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첫째는 수명이 길고, 둘째는 푸르른 잎이 짙게 우거지고, 셋째는 날짐승이 가지에다 집을 짓지 않고, 넷째는 벌레가 없고, 다섯째는 단풍진 잎이 아름답고, 여섯째는 과일이 예쁘고, 일곱째는 낙엽이 거름이 된다고 하였다.

P137 차나무는 동백나무와 아주 비슷하다. 잎사귀도 그렇고, 얇고 질긴 줄기도 거의 같다. 습기가 많고 찌는 듯 무더우면서도 시원한 바람이 시나브로 부는 곳. 안개가 자욱하고 아침 햇볕이 잘 들되 낮에는 그림자가 지는 계곡을 차나무는 제일 좋아한다.

P142 틈이 나는대로 차나무 잎을 따서 가마솥에 넣고 콩을 볶듯이 덖는데, 조금만 한눈을 팔거나 주걱질을 하지 않으면 차나무 잎이 타버린다. 사실 차 맛은 좋은 차나무 잎을 따는 게 우선이지만, 그것을 덖어내는 손맛에 달려 있다. 할머니는 햇봄에 딴 것은 순하고 부드러워서 좋고, 여름에 딴 잎은 진득한 맛이 나서 좋고, 가을에 딴 잎은 맛이 강해서 좋다고 하였다.

P143 차나무 잎으로 만드는 차는 세 종류다. 서양의 홍차처럼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찻잎을 띄운 발효차와 우롱차’, ‘포종차’, ‘용정차라고 부르는 중국차처럼 찻잎을 증기로 찌거나 가마솥에 덖어서 비벼 말린 차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마솥에다 덖어 만든 차를 그냥 라고 했으며, 더러 그 산지에 따라 수식어를 붙이기도 하였다. 찻잎이 참새 혓바닥처럼 생겼다고 하여 작설차’, 대밭 이슬을 먹고 자란다고 하여 죽로차라고 붙인 것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일본에서는 쪄서 만든 차와 덖어서 만든차를 센차라고 부르고, 끓이면 푸른색이 돈다고 하여 록차라고 한다.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 우리는 지금까지도 녹차라고 부른다. 차는 물이 뜨거울수록 빨리 우러난다. 따라서 홍차나 우롱차 같은 중국차는 펄펄 끓는 물에 우려내도 괜찮지만, 우리가 먹는 녹차는 너무 뜨거운 물에 우리면 쓰고 떫은 맛이 난다. 차의 성분은 카페인과 아미노산, 타닌이다. 카페인은 흥분제로 신경계통을 자극하여 정신활동을 활발하게 해주고, 타닌은 기력을 더해주고, 아미노산은 담백한 맛을 더해준다.

P144 차도 마시는 순서가 있다. 먼저 찬물을 무쇠나 구리나 옹기나 돌로 된 차솥에 알맞게 부어 화로에 피워둔 참나무 숯불 위에 얹어서 끓인다. 물 끓는 소리가 처음에는 소나무 가지에 스치는 바람결 같다가 이윽고 전나무에 빗방울이 튀기듯 후드득후드득 소리를 내며 끓기 시작할 무렵, 물의 온도를 서서히 낮추면서 차를 조금씩 넣어 적당히 우러났을 때 혀 위로 조금씩 굴리며 마신다. 그런가 하면 물을 먼저 찻주전자에 옮겨 부은 뒤 찻잎을 넣을 수도 있다.

P171 자귀나무의 껍질을 합환피라고 하는데, 강장제나 구충제로 썼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도 이 껍질을 벗겨다 삶은 물을 차처럼 마셨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도 자귀나무 껍질로 차를 만들어 먹었다. 요즘은 꽃을 따서 말렸다가 차를 끓여 먹기도 한다.

P189 질경이는 잎을 기름에 볶아 나물로, 말린 잎은 고추장이나 간장에 넣어 장아찌로 만들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씨앗을 차전자라고 하여 약으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