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 최인호, <이상한 사람들>, 책읽는섬, 2018. 3판. **
P20 나무 위는 그가 어릴 때부터 꿈꿔온 지붕 밑의 다락방이었다. 밤하늘에 뜬 달은 그의 다락방을 비추는 형광 램프였으며 별들은 그의 다락방 벽면을 바른 벽지에 새겨진 사방연속무늬의 문양이었다. 가지에 무성이 자란 나뭇잎들은 그의 다락방 창문에 펼쳐진 커튼이었으며 험하게 뻗어 내린 나무줄기는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이었다. …
P47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그의 꽃밭에 바람으로 찾아와 물도 주고 손수 비를 뿌리면서, 저 바람에 여리게 흔들리는 토끼풀의 꽃을 보아라. 너는 그 꽃 한 송이에는 미치지 못한다. 가만히 들어 보렴. 바람들이 풀의 현들을 뜯고 스쳐 지나간다. 그들은 하프 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하여 풀들이 엮은 초금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연주하고 있다.
표지 이상하다. <이상한 사람들>에는 이상한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치면적 고통을 잊고자 하늘 끝으로 높이뛰기 하는 사람, 가식으로 가득 찬 언어를 버리고 스스로 입을 다문 사람. 그저 집 하나를 가지고 싶었을 뿐인 일생의 소망을 이루지 못한 사람 …… 누가 이들을 이상하다 고 하는가. 이 누추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마에 낙인을 찍은 자, 누구인가. 작가는 일견 기이해 보이는 인물들의 인생유전을 통해 정상성과 비정상성의 경계를 묻는다. 우리 삶의 숨겨진 모퉁이를, 멈추어 돌아보게 만든다. 영혼의 안마당에 아주 더디게 자라나는 사과나무 한 그루씩을 심도록 한다. :정이현(소설가)
“나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되겠어요. 아저씨.” “그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 무엇보다 먼저 네 마음의 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아무도 네가 말하는 것을 듣지 못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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