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5 강상규, 김주을 지음, <장독뚜껑 덮는 소리>, 어문학사, 2014.**
P22 긴 몸통에 소나무의 송진과 숯을 원료로 만들어져 단단한 듯 하지만 물과 닿으면 이내 그 몸을 풀어 검은 빛의 호수를 이룬다. 묵향이 방안 가득 차게 되면 그 어떤 냄새보다도 좋다. …… 먹을 갈 때면 늘 두어 시간 정도는 공을 들인다. 먹의 농도는 먹을 쥐고 어느 정도 힘을 주어 갈고 적정한 시간을 갈아야 제대로 고운 빛과 색깔을 낸다. 자신의 몸을 가며 글씨를 이루게 한다. 먹으로 쓰인 글씨는 천 년 이상이 지난 오늘에도 번지거나 으깨어지지 않고 그 원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 일찍이 소동파는 “사람이 먹을 가는 게 아니라 먹이 사람을 간다.” 라고 하였다. 이는 먹을 갈며 마음의수양을 쌓는다는 말이다.
P52 이는 장자의 <서무귀>에 보이는 대목이다. “얄팍한 꾀로서 사람을 구하지 말고, 남을 속여서 사람을 구하지 말고, 남과 다투어서 사람을 취하지 마라”로 바꾸면 ….
P70 진시황 때 재상을 지낸 이사는 … “태산은 작은 흙덩이도 내치지 않기에 그처럼 큰 것이고 황하와 바다는 가는 물줄기도 가리지 않기에 물이 깊어질 수가 있다.”
P83 이익이 쓴 성호사설에서는 담배의 해로움에 관하여 … “안으로 정신을 헤치고 밖으로 듣고 보는 것까지 헤쳐서 머리가 희게 되고 얼굴이 늙게 되며, 이가 일찍 빠지게 되고 살도 따라서 여위게 되니 사람을 빨리 늙도록 만드는 것이다. “
P119 관자의 진취적인 기상과 견자의 청렴결백을 높이 사는 이유는 이들에게 위선이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기질이 있기 때문이다. 향원은 너그럽고 성스러운 공자께서도 멸시해버린 인물이다. 어짊을 해치고 중용을 벗어 던져 버린 마음 때문이다. 늘 남에게 좋은 낯빛으로 다가서며 뱃속에 칼을 품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 이들은 미쁨과 덕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남이 곤란을 겪을 때 이들은 겉으로는 도와주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허, 그것 잘됐다’고 할 인간 유형이다. ….. “소인들은 남이 곤란을 겪는 것을 보면 그거 잘됐다.”라고 한다. …. 군자는 “군자가 남이 곤란을 겪는 것을 보면 이를 불쌍히 여긴다.”
P123 진정 학문을 하는 이는 자신의 삿된 욕심을 이겨 황음무도함에 빠지지 않고, 남과 잘 사귀는 이는 두루 사귀되 한 편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남과 잘 어울리는 이는 편을 갈라 무리 짓지를 않는다.
P130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로다 입을 다물고 혀를 깊이 감추면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
P154 늘 옳고 그름에 얽매이면 본성을 망각하게 된다. 본성을 망각하면 중용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중용을 잃으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이 흐려지게 된다. 판단력이 흐려지게 되면 편을 들게 된다. 편을 가르는 행위는 결국 서로 간에 척을 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척을 지게 되면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판단이 무너진다.
P164 실학자 이덕무는 … “예부터 한 가지라도 조그마한 재주를 지니게 되면 비로소 눈앞에 보이는 사람이 없게 되고, 스스로 한쪽에 치우친 지식을 믿게 되면 차츰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생겨 작게는 욕하는 소리가 몸을 덮게 되고 크게는 언걸(재앙)과 근심이 따르게 된다. ……”
P169 상촌 선생의 시 ….. 오동나무는 천 년을 살아 죽어서도 가락을 지니고, 매화는 겨우내 추위에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달은 수없이 이지러져도 본래의 모습을 지니고, 버드나무가지는 백 번을 꺾여도 다시 새 가지가 나는구나.
P192 팔여거사는 …. “토란국과 보리밥을 배불리 먹을 만큼 푼더분하고 왕골자리와 따뜻한 온돌에서 잠을 푼더분하게 자고, 땅에서 솟아오른 맑은 샘물을 푼더분하게 마시고, 책 시렁에 가득한 책을 푼더분하게 보고, 봄꽃과 가을 달빛을 푼더분하게 감상하고, 새와 솔바람 소리를 푼더분하게 듣고, 눈 속에 핀 매화와 서리 맞은 국화 향기를 푼더분하게 맡고, 이 일곱 가지를 푼더분하게 즐길 수 있기에 ‘팔여’이다.”
P209 맹자는 “배운다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는 것일 뿐이다.”
P236 내 머리 위에 흰 눈이 내리네. 삶의 열정은 실망이 되어 천지에 흩어지고 희망도 그렇게 마음에서 멀어졌네. 이루지도 못 할 꿈만 1월에 한가득 가져 보았구나.
P246 호박 잎 몇 장 손 위에 걷어 올려 더덕 무침과 강 된장을 올렸네. 한 쌈을 입에 넣으려는 순간 그리움에 목이 매여 차마 입에 넣지 못하였네.
P248 내 님의 그윽한 눈빛은 천상 자리를 차고 앉은 덕망 높은 귀한 보석과도 같았네. 바람에 스치는 굴밤나무 사그락 거리는 소리는 대문을 스쳐가는 임의 소식이 아닐까 하였네. 마른 나무 고사하 듯 흐르는 세월 서러워 우는 밤. 삶의 옆길에는 나도 어느새 늙어 하얀 비늘 생기고 다소곳한 적색 미인의모습도 세월에는 장사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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