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7 도정일, <쓰잘데 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문학동네, 2014. 3쇄. **
P26 저항이 있는 곳에 교육은 없다. 아이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저항이 일어나고, 저항이 강해지면 교육은 이미 실패다.
P28 아이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일은, 적어도 그가 흥미를 보일 때까지는, 절대로 강요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부모의 지혜다 아이들은 ‘여유’속에서만 제대로 자란다.
P32 예술의 의인화는 단순한 인간중심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대상과의 사이에 ‘너와 나’의 대화 관계를 세우고 처지를 바꾸어 생각할 줄 알게 하는 쌍방향 이해의 형식이다.
P37 달빛은 넉넉하다. 달빛 속에서는 어떤 것도 말라 죽지 않는다. 산비탈 두꺼비들은 달빛 속으로 산보 나오고 박쥐들은 달빛 속에 날고 아이는 마당의 평상 위에서 달빛을 덮고 잔다. 지붕의 뒤웅박은 달빛 먹고 자란다. 온 마을이 푸른 달빛으로 가득하다. 모든 것이 모자라고 모든 것이 궁박한 이 지상에 보름달은 어쩌자고 저 혼자 차별 없이 그리 넉넉한가?
P42 사고력, 판단력, 집중력, 상상력, 이 네 가지는 시대 변화에 관계없이 교육이 성장 세대에게 반드시 길러주고 함양해야 하는 기본 능력이다. 그것들은 교육의 변수가 아니라 항수다.
P119 아름다운 삶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쾌락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쾌락이 자주 존재의 타락을 강요한다면 즐거움은 존재의 확장을 경험하게 한다. “정의가 없다면 인간은 수치다”라고 프란츠 카프카는 말했지만, 마찬가지로 아름다움이 없다면 인간존재는 수치다.
P123 정신의 붕어빵 정신을 작은 상자에 가두는 교육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 – 지금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교육은 문제는 이것이다.
P155 마흔 이후 사람들이 휠씬 중후해 보이는 것은 잃어버린 것들의 무게 때문이다. 그 무게와 함께 사람들은 어떤 기술을 터득하기 시작한다. 가슴이 어떻게 상실의 시간과 화해하는가 라는 기술이 그것이다. 이 화해를 가리켜 ‘성장’ 이라고도 하고 ‘성숙’ 이라 부르기도 한다.
P163 성장기의 아이들이 자극을 흡수하고 거기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 어린나이 일수록 자극 정보를 소화해내는 능력이 약하다. 흡수력이상으로 자극이 주어지면 아이들의 뇌신경은 망가진다. 텔레비전과 아동 두뇌 발달 사이의 관계에 대한 미국 쪽 연구를 보면 6세 이전의 아동들을 자주 텔레비전 영상에 노출시킬 경우 아동의 기본 인지 신경과 공간지각력이 ‘결정적으로’ 손상된다고 나와 있다. 결정적이란 말은 인지 신경과 공간지각력이 한번 유 소년기에 망가지고 나면 평생 복구되지 않을 정도로 그 손상의 파괴력이 크다는 소리다.
P185 남들의 시선이 너를 좌지 우지 할 수 없게 하라. 영혼이 병들면 행복이 어디에 있겠는가?
P248 성장이 느리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교육이라는 것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오랜 진리이고 지혜다. 천천히 자라게 하라. 충분히 쉬고 놀고 잠잘 시간을 주라. 여유를 주고 자유롭게 상상할 시간을 주라. …. 아이가 글자 200자를 깨칠 능력을 보이거든 100자만 깨치게 하라.
P249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자연의 위대한 원리처럼, 사회의 가장 낮고 그늘진 곳, 빼앗기고 궁핍한 곳, 내팽개쳐지고 억눌리고 무시된 곳에 소생과 부활의 봄을 가져다 주는 것이어야 한다.
P262 “어떤 우리 역사가는 말한다. 우리 겨레의 사상의 밑 가락에는 천박한 낙천성이 있다. 그 역사적 인연으로, 그 지리적 약속으로, 배달겨레처럼 기구하고 험한 운명에 희롱된 놈이 없건마는, 아프고 깊고 간절하고 돈독한 반성, 참회, 발분, 격려를 보지 못함은 무엇보다도 정당한 감격 기능이 천박한 낙천성에 눌리고 막힌 때문으로 볼 것이다. 아무러한 고통과 분원이라도, 그 당장만 지내고 나면, 그만 잊어버리고 단념하여, 그 경험과 느낌이 정당한 가치를 발휘하지 못함이 다 그릇된 낙천성에 말미암은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역사는 의식적 계획적 추진의 역사가 아니다. 어지러움을 잡아 바름으로 돌이키며, 흐림을 헤치고 맑음을 올리며, 혁명적으로 깨끗이 하며, 비약적으로 방향을 전환함과 같은 일이 없고, 그저 미지근하고 탐탁지 않고 하품 나고 졸림까지 오는 기록의 연속이 조선 역사의 겉 꼴이다. 구차히 편 코자 하는 병, 무관심증, 불철저증, 건망증들은 다 우리 사람들의 국민적 고질이라고 – 과연 그렇다.” (<한글의 투쟁>, 17-18쪽)
P268 평화, 자유, 민주주의, 인권, 환경 품질, 사람들의 고통 줄이기, 선의의 나눔, 사랑, 봉사, 법치 같은 것이 카터가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기본적인 가치의 목록을 이룬다.
P277 하버드 대학 총장 로런스 서머스의 축사 … “나는 하버드 4년이 여러분들에게 편안한 안락지대 바깥에서 생각할 줄 아는 능력, 생각의 힘을 인정하며 바른 논리와 사유에 입각한 토론으로 세계를 바꾸어 나갈 능력, 다수가 틀렸을 때에는 그 다수에 외로이 맞설 줄 아는 능력을 길러주었기를 희망한다.” 하버드가 길러내고자 하는 것은 생각할 줄 아는 사람, 생각의 창조자, 생각의 실천자라는 말도 그의 축사의 일부다. “이치에 맞는 것들을 위해 일어서고 부당한 것들에 맞서며 남들이 싫어할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불편도 감내하라. 그대들을 불안하게 하는 사람들의 말도 존경하고 경청하라. 우리 대학 졸업생들은 창조자로서, 생각의 실천자들로서 만 이 세계에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P284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는 최소한 세 개의 민주적 문화가 필요하다. 평등의 문화, 참여의 문화, 다원 가치의 문화가 그것이다.
P314 예술은 즐거움을 줌으로써 존재를 확장하고 포르노는 쾌락을 주면서 존재를 위축시킨다. 확장과 위축, 이것이 예술과 포르노 상품 사이의 궁극적 경계선이다.
P335-336 놀라는 이유는 자연재해 그 자체의 크기 때문이 아니다. 사람들은 하늘의 무관심에 놀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시의 무관심에 놀라고 그의 마비에 놀란다. 자연은 무심할지라도 정부가 국민에게 무심할 수는 없다.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대통령의 무감각, 땅을 칠 늑장 대응, 자원 동원의 비효율 앞에 지금 미국 조야가 할 말을 잃고 있다. 재난이 닥쳤을 때 부시는 백악관을 비우고 다른 데 가서 농담하고 있었고 사태 발생 72시간이 지나도록 자원 동원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보도되고 있다. 한 예로, 재해지역 인근 해역에는 수천 개의 구급 침대와 하루 10만 갤런의 식수 생산시설을 가진 해군 함정 바타안호가 핑핑 놀며 정박해 있었다고 한다. 부시의 이런 무관심은 그의 보수주의 정책에, 그의 마비는 인간 고통에 대한 그의 무감각에 직결되어 있다. 뉴올리언스의 참상이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은 것은 희생자 대부분이 흑인이고 빈곤층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빈자는 보이지 않는다. 부자 세금은 열심히 깎아주면서 빈곤과 환경 문제는 뒷전인 것이 부시 정권이다. 고지대에 살았기 때문에 무사했던 부자들과는 달리 저지대에 산 죄로 ‘물 먹어야’ 했던 뉴올리언스의 이재민들에게 부시의 계급주의적. 인종주의적 정책은 사회적 재난이고 악이다. ……. 이 비참은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타산지석이다. 가진 자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나쁜 정부와 무능하고 무감각한 지도자를 두었을 때에도 사회는 실패한다.
P352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훨씬 비싼대가를 요구한다. 그 대가는 지적 정서적 능력의 결손, 자기를 만들고 형성해가야 하는 성장기 교육의 위기, 넓고 깊게 지식의 토대를 닦아야 하는 시대의 생존의 위기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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