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 이철수, <밥 한 그릇의 행복 물 한 그릇의 기쁨>, 삼인, 2005, 2쇄. **
P18 외출하는 제 목에 찬바람 들어가지 말라고 아내가 목도리를 둘러주었습니다. 조심하라고 천천히 잘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목도리보다 그 말 몇 마디가 훨씬 따뜻했습니다. 인연 따라 한 지붕 아래 한 이불 속에 살아가는 부부간이란 게 따져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그렇게 살갑게 살피고 챙겨주는 것은 마음이지요.
P21 마음은, 고요하게 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자제하고 눌러 두는 것은 방법이 못되지요. 분노 든 미움이든 억누르는 것은 곧 쌓아두는 일입니다. …… 언제나 스쳐가는 바람처럼 여기고, 오고 사는 감정을 지나가게 두어야 합니다. 붙잡지 말고 두어야 합니다. 갈 때는 가라 하고, 올 때는 오라 해야 합니다. 당신은 조용히, 오고 가는 마음을 지켜보는 텅 빈 존재가 되어도 좋습니다.
P24 피할 수 없는 것이면 인정하고 받아 들여야 지요. 정직하게 현재를 받아들이고 거기서 다시 시작하는 거지요. 죽을 것이 다 죽고 나면, 거기서 새 생명이 시작하는 법!
P41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사람들은 작은 것을 보고 있다. 작은 것들에게 섬세한 눈길을 주는 사람들은 세상보다 먼저 자신이 아름답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대개 그랬다.
P59 이제 ‘가난’도 배우고, ‘기품 있는 가난’도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된 듯합니다. 많이 쓰고 많이 갖추어서 되는 품위도 있지만, 비우고 가벼워져야 얻는 기품도 있는 것 아시지요?
P81 텅 비어 있으면 남에게 아름답고 내게 고요합니다.
P98 우리들 마음의 창을 깨끗하게 하고 보면, 세상은 환합니다. 더러운 마음 창을 그대로 갖고 사는 이들은 불행할 따름이지요. 힘과 돈과 기회를 부러워하기보다는, 내 삶에 모자라는 아름다움과 향기를 되 찾는 일에 마음 쓰게 되어야 지요.
P100 올해는 천리향이 많이 번졌습니다. 위로 자라 오르지는 못하고 낮은 자리를 넓히면서 자라는 겸손한 생명입니다. 키 작은 존재들의 확산을 보는 즐거움이 뾰족하게 키 큰 것들의 성장을 보는 것보다 큽니다.
P109 채송화처럼, 낮은 데서. 조용히 잔잔하게 욕심을 키를 조금만, 아주 조금만 낮추고 살다 갈 수 있었으면 ……,
P116 깊이 알아서,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그도 필요한 일이 되겠지만, 꼭 필요한 것 아니면 넌지시 밀어 놓을 줄 아는 어른스러움도 거기 어디쯤에서 찾아질 듯싶습니다.
P120 깊은 데 앉아서 오가는 손님들 맞으면 얻는 것이 많습니다. 잘 살아서, 마음 건사를 잘 하고 있어서, 향기가 묻어나는 이들 있습니다. 평범해 보이고 허튼 이름이 나 있는 것은 아닌데 존재가 깊고 아름다우니 맺힌 봉오리 같고 벌어진 꽃송이 같습니다. 사람이 깊으면 꽃도 같아 보이고 별도 같아 보이고 ….,
P125 감정이 격해져서 이야기하고 나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때가 있지요? 몸과 마음의 껍데기가 하는 짓이 늘 그러기 쉽습니다. 마음 깊은 데 있는 듯싶은 너그러움을 데려다 대신 이야기할 수 있으면 그런 어리석은 짓은 덜 하게 될 텐데….. 자주는 아니더라도, 몸과 마음을 텅 비우고 조용히 쉬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쉬지 못하면 요란한 소리를 내다가 망가지고 맙니다.
P139 그렇게, 자연은 쉼 없다. 심는 수고는 잠깐이었는데 쉬지 않고 키워내는 긴 수고는 언제나 하늘의 몫이다.
P140 누운 체로도 익을 것은 익어가지 싶습니다. 장애가 있으면 있는 대로, 어려움은 어려움 대로, 고스란히 받아 거기서 다시 시작하는, ‘삶을 온통 긍정하는’ 지혜가 식물에게는 두루 있는 듯 합니다.
P144 술 떡 두어 쪽, 자두 두 알, 차 한 잔. 아침 상차림이 그랬습니다. …. 상처 받은 짐승들의 사회, 그 안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요? 내 안에 사는 ‘짐승’을 순하게 길들이는 일과 함께, 이웃의 ‘짐승’이 앓고 있을 아픔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게 필요하지 싶습니다. 혼자서 너무 고통스러우면 어떤 ‘짐승’ 이라도 날뛰게 되는 법이지요?
P151 잊고 조용히 눈앞에 있는 풍광에 마음 주어보시지요. …… 감정이입 없이 그저 조용히 일상사도 살피고 내 마음도 살피면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삶의 모습이 있을 거예요. 천천히 그걸 즐기시기를 …….
P174 그렇게 가벼워지고 또 가벼워져서 겨울 추위를 지내려는 여러 해 사는 나무들의 지혜를 지켜보면서 우리가 얻을 지혜를 생각합니다. …… 살아가면서 주어진 생애 동안,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서, 우리 마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넓어지는 건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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