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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 바람이 흙이 가르쳐주네

paula won 2018. 5. 5. 08:52

1809 박효신, <바람이 흙이 가르쳐주네>, 여성신문사, 2007. **

P16 우주의 시간표는 약속된 시간을 어기지 않는다. …… 요즘 나는 자연의 시간에 내맡기는 법을 배운다. 뿌리고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배운다. 아무 말이 없는 땅, 그러나 참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땅 …,

P32 한 벌의 반찬을 같이 나누어 먹으며 할아버지도 웃으시고 나도 웃고 어머니도 웃었다. 1,500원까지 팥죽 한 그릇은 오늘도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P96 이곳에서 터득한 삶의 진실은 나로 인해 누군가 즐거워하는 것을 보는 것만큼 큰 즐거움이 없다는 거다

P97 셔벗 케이스에 물은 2/3쯤 붓고 작은 꽃 아무거나 깨끗이 씻어 띄워 얼리세요. 물을 곽 차지 않게 부어야 꽃잎이 봉긋 위로 올라와 더 예쁘답니다. 산당화, 제비꽃, 홍매화, 매화 … , 봄꽃이 잔에서 다시 살아나니 정말 예쁘죠? 시간이 멈춘 듯, 꽃 얼음으로 봄을 간직합니다.

P102 자연에서는 이리 작은 생물들도 그 모든 시간표를 기억하고 담담하게 잘 버티며 사는데, 괜스레 혼자 동동거린 내가 쑥스러워지고 만다.

P104 더 이상 인연은 만들지 말자/ 더 이상 미워하지 말자/ 더 이상 가지려 하지 말자/

P127 동향집은 여름이 좀 괴롭다. 해가 일찍 깊이 들어 뜨겁다. 남향집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며 적당한 빛을 집 안으로 들이기 때문에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 저수지를 보는 것보다 햇빛을 적당히 받는 것이 훨씬 좋은 투자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P141 “사람과 사람 사이 뿐 아니라, 동식물과 사람의관계도 신뢰가 기본이어야 해. 특히 동식물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약탈과 협박이 아니라 상부상조에 바탕을 두어야 하는 거여. 자라는 주체에게 맡겨 두는 것, 그것이 진정한 농심이란 걸 명심혀.”

P142 우리의 음식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양념을 하나 만들기 위해 지난 11월부터 장장 5개월의 과정을 지나왔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라. 이것을 햇빛과 바람의 도움을 받아 습도와 오도를 조절하며 잘 익혀야 한다.

P150 쑥 버무리; 깨끗이 씻어 체에 밭아 물기 삐고 설탕 조금, 소금 조금, 밀가루 설설 뿌려, 찜통에 넣고 김 수르르 오르면 잠시 있다 꺼내 먹어야지

P152 매실이 10킬로 였다. 이 중 8킬로는 매실 원액을 만들려고 설탕에 재우고, 나머지는 술 담굴 양으로 소주 부어 밀봉해 놓았다. 매실 원액은 매실과동얄의 설탕을 넣어 항아리에 담가 두었다 두 달 만에 거르면 원액만 12리터 정도 나온다. 이렇게 거르고 난 후 매실은 버리는 게 아니다 항아리에 매실을 둔 채 소주를 동량으로 부어 놓으면 매실주로 재 탄생한다. 한 달 후 매실을 건져 내고 대략 1년을 다시 숙성시키면 그 맛과 향이

P174 간장 독에는 햇빛과 바람이; 1119일 하루 종일 콩을 삶아 찧어 매주를 빚고, 그늘에서 꾸덕꾸덕 말려 새끼줄로 묶은 후 처마 밑에 걸어 말리고 다시 따뜻한 아랫목에서 띄우고 ….  그렇게 넉 달 후인 323일 메주는 소금물에 몸 담고 간장으로 변신   이틀 전에 잘 뜬 메주를 박박 씻어 체에 밭아 말려 두고, 1년이상 항아리에 담아 두었던 소금도 물에 풀어 뒀다. 매주가 한말이니 소금도 한 말에 물 두 말 반이다.  ….. 장 띄울 항아리에 메주를 담고, 풀어 두었던 소금물을 조심스레 떠서 부었다. 찰랑찰랑 간장 항아리 끝까지 차오르고, 메주가 물 위로 2센티쯤 떠올랐으니 소금물도 적당하다. 여기에 숯 두 덩어리를 불 붙여 발갛게 달았을 때 간장 독에 넣으니 치지지직, 소독 용이다. 지난 가을 잘생긴 놈으로 미리 챙겨 두었던 말린 고추도 몇 개 넣고 보니, 환상적인 빛의 조화다.

P234- 235 감잎 차 만드는 법; ^건조 시키기- 5월에 채취한 여린 감잎은 물에 깨끗이 씻어 그늘에서 바싹 말린다. 6월이 지나면 감잎이 뻣뻣해지고 벌레가 먹을 수도 있으므로, 늦게 채취한 잎은 깨끗이 씻어 가늘게 채 썬 후 물기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그늘에서 건조시킨다.  ^초벌 찌기- 물기가 없어지면 이를 삼베에 깔고 찜통에 130초 정도 찐다. 그 이상 찌면 비타민 C가 파괴될 분 아니라 색깔이나 모양도 좋지 않다  ^두벌 찌기- 쪄 낸 감잎은 쏟아 놓고 재빨리 부채질을 하여 수증기가 찐 감잎에 다시 스며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30초 정도 부채질을 하며 수분을 다 날려 보낸 후 다시 한 번 찜통에서 130초 정도 찐다.   ^말리기 찌지 않고 말린 것은 초록을 간직하지만, 쪄서 말린 것은 색깔이 갈색으로 변한다. 맛에는 별 차이가 없으나, 우려내면 그냥 말린 것은 무색에 가까운 반면 쪄서 말린 것은 노란색에 가깝다.

감잎 차 마시는 법; 1인용 찻잔에 마실 때에는 말린 감잎을 티스푼으로 하나 정도 넣고, 끓인 물을 80-90도 씨로 식힌 다음 찻잔에 부어 3-5분 정도 우려낸다. 두 번, 세 번 우려 내어도 맛은 한결같다. 계피나 생강, 끌 등을 함께 우려내어 마시기도 하지만, 순수한 감잎 향만 우러나도록 해도 좋다.    여름에는 주전자에 감잎차를 넣고 끓인 후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찬 음료로 마시면 해갈에 그만이다. 감잎차는 고혈압과 동맥경화등 성인병 예방에 놓으며, 당뇨로 갈증이 심한 사람이 물처럼 상시 음용하면 더욱 좋다. 부작용이 없어 안심하고 마실 수 있으나 변비가 심한 사람은 삼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