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7 우종영,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걷는 나무, 2014 14쇄. **
P21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썩어 천 년, 합해서 삼천 년을 이어 간다는 주목나무. 얼마나 줄기가 붉었으면 그 이름까지도 ‘붉을 주’를 써서 ‘주목’이라 했을까.
P39 누군가는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게 더 많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할 때 비로소 인생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P51 나는 아까시나무 앞에만 서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내게 아까시나무는 이렇게 속삭이는 것만 같다. 힘이 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생은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P65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과거 속 기억을 쉽게 떨치지 못한다.
몸에 난 상처는 없어져도 마음에 난 상처는 아무리 작아도 지워지지 않는 법. 아무리 잊으려고 애를 쓰고, 스스로 버렸다고 자위해도 지울 수 없는 상흔이 되어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과거가 아닐까 싶다.
P68 과거의 괴로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얘기한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다고, 그러나 그 짐을 안고 살아가기에는 남은 삶이 너무나 고달프다고. .. 어차피 지울 수 없는 과거라면 애써 떨쳐 내려 하지 말자.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오히려 평안함을 되찾고 풀리지 않던 생의 매듭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지않을까.
P74 속 뚫린 느티나무를 볼 때마다 인고의 세월, 그 기나긴 애달픔 속에서 나는 이 시대의 어머니들을 떠올리게 된다. 자식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고도 더 내어 줄 게 없나 찾는 우리들의 어머니가 말이다.
P86 옛말에 인종지덕 목종지패 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사람을 키우지만 큰 나무는 작은 나무를 키우지 않는다는 말이다.
p100-101 빨리 자라서 크게 가지를 뻗는 속성수일수록 그 속은 단단하지 못하다. …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긴 시간 더디 자라며 결국엔 그 값어치를 발해 단단한 도장으로 쓰이는 회양목, …당장은 인정 받지 못하더라도 자기가 가고자 하는 길을 묵묵히 가는 그 모습이 얼마나 위대하고 장한가. 그리고 생각해 본다. 내 안에는 과연 기나긴 시간 더디면 더딘 대로 그렇게 노력해 온 무언가가 있는지를.
P124-125 노간주나무를 봤을 땐 그랬다. 참 바보 같다고, 제 코가 석 자면서 남 다 퍼주는 놈이 어디 있냐고,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내게는 노간주나무의 그런 바보 같은 모습이 오히려 사랑스럽다. … 제 것만 챙기는 사람보단 형편이 어려워도 주변 사람 도와주며 허허거리는 사람이 더 정겹지 않은가. 겉보기엔 답답해 보일지 몰라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결국에 다시 찾게 되는 건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다.
P140 새로 산 구두보다는 뒤축을 서너 번 갈아 낀 오래된 신이 더 편한 것처럼, 그저 함께 있어 편안한 존재가 바로 그 친구다.
P161 더불어산다는 것의 의미를 깨우쳐준 나무… 강직하게 외대로 자라지만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전나무. 결국 더불어 사는 전나무의 모습은 제 스스로를 더 굵고 강하게 만드는 바탕이 된다. 남을 앞지르려 하기 보다 손잡고 함께 사는 것이 종국엔 스스로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P184 서브시킨과 함께 그 모든 것을 바라보던 안나 선생님은 숲의 고요 속에 이루어지는 이 모든 것들에 대한 놀라움으로 숨조차 쉴 수 없었대.
P192 두 나무의 뿌리가 이어지면 연리근, 서로의 줄기가 이어지면 연리목,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이어지면 연리지라고 일컫는다. 연리지 현상이 일어나면 처음에는 그저 가지끼리 맞닻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종국에는 맞닿은 자리가 붙어 한 나무로 변한다.
P193 연리지 현상이 참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쳐지기 전의 성격과 기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워낙 흰 꽃을 피웠던 가지엔 흰 꽃이, 붉은 꽃을 피웠던 가지엔 붉은 꽃이 그대로 피어난다.
P208 “한번 자생력을 갖춘 나무는 누가 와서 억지로 베어 내지 않는 한 절대 병들어 죽지 않소. 다만 그렇게 되기까지 많이 기다려야 하는 게 문제지.” 생각해보면 나무를 아프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사람들의 ‘조급함’인 것 같다.
P223 우리 부부가 삼십 년 남짓한 결혼 생활을 한결같이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결정적인 비결이 있다. 이름하여 ‘놓아주기’
P227 사람들은 말한다. 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거리가 싫다고. 하지만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간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오로지 혼자 가꾸어야 할 자기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떨어져 있어서 빈 채로 있는 그 여백으로 인해 서로를 애틋하게 그리워할 수 있게 된다.
P240 쉴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만들어라. 일을 배우고 익히듯, 쉬는 것도 배우고 익힐 노릇이다. 나무는 오늘도 나에게 조용히 가르쳐 준다. 휴식은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서라도 얻어야 할 삶의 중요한 자양분임을.
P241 버려야만 더 큰 것을 얻는다.
P250 내 안에 미련이나 집착이 새록새록 생겨날 때마다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 보련다. 그래서 포기하는 삶이,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삶이 때론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곱씹어 보련다.
P253 나무에게서 배운 육아의 지혜 항상 관심 있게 나무를 지켜보되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참 무심한 듯 보이지만 그것은 절대 방치가 아니다. 품 안에 두지 않고 거리를 두되, 늘 지켜보면서 나무가 필요로 하는 것들에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P260 칼릴 지브란이 쓴 <예언자>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자식에게 사랑은 줘야 한다. 그러나 내 생각을 자식에게 주입시키려 들지 마라.”
P272 ‘못 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은 … 하루살이 같은 삶, 내일이 보이지 않는 삶이라 하더라도 분명 살아가는 이유가 있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가치를 알고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낼 때, 결국 그것이 자신을 지키고 세상을 지키는 길이 된다.
P273 … 내가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내 삶에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라는 것을 늘 기억하며 살아갈 것이다.
[부록] 나무랑 친구하지 않으실래요?
화분 고르는 법/ 비료 주는 법/분갈이 하는 법/ 주요해충퇴치법/ 이사법/ 대표적인 실내식물제대로 가꾸는 법/…
조경식물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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