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책이야기

24-05 아름다운 우리수필2

paula won 2024. 6. 4. 10:04

24-05 이태동 엮음, <아름다운 우리 수필 2>, 문예출판사, 2009. 2. ***

P27 신록예찬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가는 ,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언덕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 라도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 .

P30 초록에도 짧으나마 일생이 있다. 봄바람을 움과 어린 잎이 돋아나올 때를 신록의 유년이라 한다면, 삼복 염천 아래 울창한 잎으로 그늘을 짓는 때를 그의 장년 내지 노년이라 하겠다. 유년에는 유년의 아름다움이 있고, 장년에는 장녀의 아름다움이 있어 취사하고 선택할 여지가 없지마는, 신록에 있어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역시 이즈음과 같은 그이 청춘 시대 - 가운데 숨어 있던 잎의 하나하나가 모두 형태를 갖추어 완전한 잎이 되는 동시에, 처음 태양의 세례를 받아 청신하고 발랄한 담록을 띠는 시적이라 하겠다.

P32 조그만 기쁨  초라한 집이 오늘은 조금도 욕되지 아니하다. 산허리에 외롭게 있는 일간두옥. 아니 집도 이렇게 아담하고 아름다웠던가. 여기도 눈이 쌓이고 달빛이 찼다.  

P34 조그마한 조그마한 것에서 오는 조그만 기쁨을 찾으려면 우리는 우리의 범상한 일상생활 가운데서도 얼마든지 찾아낼 있지 아니한 한다.

P37 늙어가는 관하여 이양하  아직 하늘이 아름답고 산이 아름답고 나무가 아름답다. 아침 산책을 나서면 으레 따라 나서서 우선 죽어라 하고 언덕길을 달리는 우리 꼬마의 날씬한 몸매가 아름답고, 일찍부터 모여서 장난치는 애들이 귀엽고, ……

P52 사람은 눈이 창이고, 집은 창이 눈이다. 오직 사람과 가옥에 멈출 이랴. 자세히 점검하면 모든 물체는 어떠한 것으로 의하여 서든지 반드시 통로를 가지고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P99 대부분의 사람들은 듣지 못하지만, 우리가 살고 잇는 우주에는 침묵으로 말을 하거나 내면으로 스며드는 아름다운 노래가 있다. …… 그러나 보통 사람들이 자연으로부터 쉽게 들을 잇는 소리 역시 얼마나 아름답고 경이로운 . 강물 위를 나는 철새 떼의 울음소리, 오월의 푸른 벌판을 달리는 맑은 시냇물 소리가 ……..

P103 나는 비가 내리면, 빗물 소리에 기울이고 싶어서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잠이 들지 않는 상태에서 듣는 빗소리와 잠에서 문득 깨어나서 듣는 빗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안다. 잠결에 듣는 빗소리가 다른 어느 소리보다도 아름답게 들리는 것은 잠이 마음에 묻은 헛된 욕망과 시름을 씻어 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P109 만일 역시 룰랭처럼 남을 위해 열심히 잡념 없이 일을 있다면, 그와 같은 모습을 하고 통나무처럼 건강하게 잠을 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P132 “설명을 시작하는 순간, 색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남는 것은 마치 채색 나비가 벗어 던진 애벌레의 껍질처럼 화려한 컬러는 사라지고 의미작용의 무채색만 나풀거린다 어느 미술가의

P136 말씀이 없으시던 어머니는 그때 옷감에 꽃물을 자주 들이셨다. 외로운 사람에게 채색놀이는 하나의 위안인 것처럼 보였다.

P139 바다 빛깔은 위에서 마주 쳐다보고 있는 하늘색을 그대로 닮는다는 것을. 온통 부우연색으로 덮여 암울한가 하면 맑은 에메랄드 빛으로 눈부시게 반짝이기도 하고, …….하늘과 바다를 함께 바라보며 사람도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을 대하는 마음의 모양새에 따라 마주보는 이의 마음이 변할 거라는….

P140 평탄하고 복받은 일생 같아도 속엔 수많은 파도와 쉬지 않고 찰랑거리는 잔물결이 숨어 있을 것라는……

P216 매화는 ,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개가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산화한다. 매화는 바람에 불려 가서 소멸하는 시간의 모습으로 꽃보라가 되어 사라진다. 가지에서 떨어져서 땅에 닿는 동안, 바람에 흩날리는 잠시 동안이 매화의 절정이고, 매화의 죽음은 풍장이다. 배꽃과 복사꽃과 벚꽃이 이와 같다.

P217 산수유는 존재로 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 있다. 산수유가 언제 지는 것인지는 눈치 채기 어렵다. 그림자 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P230 박경리는 산업사회의 물질주위가 생명을 황폐화시키는 것을 고발하고 그것을 구언하기 위해 글을 써왔다. …..그가 물확과 같은 바위 웅덩이에 연을 심어 아름다운 연꽃을 피우고 거기에서 환상의 날게 하는 것은, 바윗돌과 같은 물이 없는 척박한 토양에도 생명의 상징인 물을 쏟아 부어 보랏빛 연꽃과 환상의 상징하는 아름다운 생명이 희구하는 이상세계를 창조할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