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책이야기

23-02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paula won 2023. 4. 3. 10:10

23-02 도종환 산문집, <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RHK, 2016. ***

P7 내 몸이 정지 신호를 보내는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수파니파타>에서 가르친 대로 만족할 줄 알며, 너무 많은 것을 구하려 하지 말고, 간소하게 살고자 한다.

P16 느티나무 잎에서는 느티나무를 사랑하던 바람 소리가 느껴지고 갈참나무 등걸에서는 세월의 두께가 만져진다.

P37 힘겨움을 이기지 않고 아름답게 거듭나는 것은 없습니다. …. 그대 거기 있다고 외로워하지 마세요. 살아 잇는 것들 중에 외롭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들판의 미루나무는 늘 들판 한 가운데서 외롭고 산비탈의 백양나무는 산비탈에서 외롭습니다. ……

 P44 미워하지 않음으로써 미움을 넘어서고, 분노하지 않음으로써 불길로 나를 태우지 않으며, 욕하고 비난하지 않음으로써 내가 먼저 쓰러지지 않고, 원망하지 않음으로써 원망을 극복하고, 성내지 않음으로써 상처받지 않는 일은 상대방도 나도 죽이는 일에서 벗어나 나도 살리고 상대방도 살게 하는 일이다.

P48 꼭 크고 거대하고 떠들썩한 일을 할 때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거기 그렇게 한 그루 나무로 있는 것만으로 그늘을 만들어주고 열매를 줄 수 있는 삶이 있다는 것이다. …… 늘 자기를 자책하며 살지 말고 자기도 사랑하면서 살아야 한다. 자기에게도 너그러워져야 하고 부족함 속에 깃든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의 모습을 아껴줄 줄 알아야 한다.

P54 물이 맑아서 산 그림자를 깊게 안고 있고, 산이 높아서 물을 늘 깊고 푸르게 만들어주듯이 그렇게 함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산과 물이 억지로 섞여 있으려 하지 않고 산은 산대로 있고 물은 물 대로 거기 있지만, 그래서 서로 아름다운 풍경이 되듯 그렇게 있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P85 인생의 길에서 한 두 시간쯤 늦어지면 어떠랴. 이렇게 아름답고 넉넉한 시간 속을 택해서 가고 있는데.

P101 자연과 가까워지는 만큼 마음도 자연을 닮게 되고 자연을 닮으면 너그러워지고 편안해집니다. 마음에 넉넉한 여백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P108 고요히 있으면 물은 맑아진다

P124 플라톤은 행복의 조건으로 다섯 가지를 듭니다. 첫째, 먹고 입고 살고 싶은 수준에서 조금 부족한 듯한 재산. 둘째,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 약간 부족한 용모. 셋째, 사람들이 자신이 자만하고 있는 것에서 절반 정도밖에 알아주지 않는 명예. 넷째, 겨루어서 한 사람에게 이기고 두 사람에게 질 정도의 체력. 다섯째, 연설을 듣고서 청중의 절반은 손뼉을 치지 않는 말솜씨가 그것입니다. …… 조금은 부족하고 모자란 상태입니다.

P134 칼날을 세우는 동안 숫돌도 몸이 깎여 나간다

P138 변함없이 굳세고 상한 것은 없는 것이다. 젖은 쌀을 찧으면서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닳아 작아지며, 쇠를 갈아주면서도 보이지 않게 깎여 나가는 것이다.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P144 깊은 깨달음을 주는 글은 쉬운 말로 되어 있다.

P152 내 마음의 음색과 빛깔과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 그 사람이 나를 가장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P168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서 기쁨을 느낄 줄 알게 되면 남이 가지고 있는 것을 탐하는 일을 멈추게 된다. …….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기 때문에 나무들은 다른 나무와 다투지 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P193 여백이 있는 사람이 아름답다

P195 유행이라는 것도 사실은 끝없이 욕망을 부추기는 소비심리에 우리가 넋을 잃고 끌려 다니는 것뿐이다. 끝없이 소비하게 하는 충동질에 끝없이 기웃거리면서 사들인 것을 끝없이 버리고 있는 것이다.

P197 더 많은 것을 갖고자 하고, 더 많은 것을 얻고자 끝없이 매달리는 삶에는 행복이란 없다.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에겐 행복이 찾아오지 않는다. 낮은 것에도 기뻐하고, 좀 천천히 가면서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만족이 찾아온다. …….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대, 여러분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도록 두지 말라.

P199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의 모습이 아름다운 건 그 나무들 뒤에 말없이 배경이 되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201 사람도 여백이 있는 사람이 인간답게 느껴진다. 빈틈이 없고 매사에 완벽하며 늘 완전무장을 하고 있는 듯 보이는 사람보다는 어딘가 한 군데는 빈 여백을 지니고 있는 듯해 보이는 사람이 더 정겹게 느껴진다.

P204 느리게 살기 위한 피에르 쌍소의 아홉가지 1. 한가로이 거닐기 ….. 2. 듣기…… 3. 권태-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사소한 일들을 소중하게 인정하고 애정을 느껴 ……. 4. 꿈꾸기- 우리 내면 속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던 희미하면서도 예민한 의식을 때때로 일깨워보는 …… 5. 기다리기 …… 6. 마음의 고향 내 존재 깊은 곳에서 희미하게 퇴색되어버린 부분, 낡은 시간의 한 부분을 떠올려…… 7. 글쓰기 …… 8. 포도주 …… 9. 모데라토 칸타빌레 절제라기보다는 아끼는 태도, 그 방식을 따라……..

P207 ‘느리게 살자. 천천히 가자. 작은 것도 소중하다

P216 타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힘겹고 버거워서 빨리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서둘렀는데 집에 들어서는 순간 마음속에 그들도 피하고 싶은 대상이란 걸 확인하게 되면 멈추어야 한다. 멈출 때가 된 것이다.

P221 “ …… 간소하고질서 있는 생활을 할 것. 미리 계획을 세울 것. 일관성을 유지할 것. 꼭 필요하지 않은 일은 멀리할 것. 되도록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할 것. 그날그날 자연과 사람 사이의 가치 있는 만남을 이루어가고, 노동으로 생계를 세울 것 …… 쓰고 강연하고 가르칠 것. 원초적이고 우주적인 힘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 계속해서 배우고 익혀 점차 통일되고 원만하며 균형 잡힌 인격체를 완성할 것…… “

P231 “모든 사람에게 예의를 다하고, 많은 사람에게 붙임성 있게 대하고, 몇 사람에게 친밀하고, 한 사람에게 벗이 되고, 아무에게도 적이 되지 말라벤저민 프랭클린

P262 도종환은 글보다 사람이 더 좋다. 좋은 사람의 글을 읽어보면 글재주 글 냄새보다 사람의 냄새가 솔솔 배어 나와 사람들을 취하게 한다. 글 속에서 흘러 나오는 사람의 냄새는 진실 할 때만 가능하다. 진실은 서툴고 어색해도 따사로운 사람의 훈김이 서려 있어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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