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년 책이야기

22-16 거꾸로 사는 재미

paula won 2022. 6. 30. 08:27

22-17 이오덕, <거꾸로 사는 재미>, 산처럼, 2002. **

 P18 나는 지금도 창 밖의 흐릿한 겨울 하늘에 가지를 뻗고 있는 포플러의 대열을 바라보고 있다. 사욕에 구부러짐이 없이 저렇게 자유로운 선을 그으며 하늘을 날아오르는 나무의 성스럽도록 아름다움 벌거벗은 모습!

P23 내 언제 조밥 꽃 이밥 꽃 봄마다 흐드러지게 피는 고향 산기슭에 돌아가 흙으로 집을 짓고 풀잎으로 지붕을 이어, 상추를 가꾸고 옥수수를 까먹으며 한 포기 풀같이 한 그루 나무같이 살아갈 것인가!

P85 간밤에 못자리에서 개구리들이 그렇게 야단 법석이더니, 오늘 아침에 방천 둑 포플러 가지 끝에서 휘파람새가 운다. 인간의 목소리나 글자로 써는 형용할 수 없는 그 아름다운 새소리! 보리는 무릎까지 자라나 골을 푹 덮고, 불어오는 바람에 초록빛 물결이 마구 일렁거린다.

P90 생명을 키워가고, 그것이 커가는 이치는 나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포플러는 포플러같이 키워야 하고 소나무는 소나무로 키워야 한다. 어린 생명을 천성 그대로 죽죽 뻗어 나게 하라. 개성이 살아나게 하라. 가위질도 하지 말고 제멋대로 호령하여 이리 옮겼다 저리 옮겼다 하지 말라. 한 사람의 명령만으로 인간을 기계화 하지 말라.

P198 나는 그저 생겨난 대로 자연스럽게 정직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자기가 먹을 것을 자기의 손발을 움직여 만든다는 것이 사람으로서 가장 기본 되는 삶의 자세라는 것, 그리하여 먹는다는 것과 그 먹을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사람의 가장 소중한 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P150 지금의 교육도 충효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나라의 고마움, 부모의 고마움을 아무리 설교해 봤자 그것은 헛된 일이다. 마음 속으로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절실하게 느낄 수 없는 것을 입으로만 말해서 머릿속에 지식으로 외우게 하는 것은 오히려 반발을 살 염려 조차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다만 서로 도우면서 즐겁게 놀고 공부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효도고 나라 사랑은 자연히 되는 것이다.

P198 자연 속에서 아무 꾀도 부리지 않고 그날그날을 일하면서 그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농민들의 삶에서 길게 내다보지 않는 것 같으면서 실은 가장 길게 내다보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지혜를발견한다.                                                                          P168 한 가지 일에 집착해서 거기서 전혀 빠져 나올 줄 모르는 몰입자들은 자기들만이 그 방면에 절대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그들이 그 속에 깊이 빠지면 빠질수록 어떤 비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어 바깥에서 볼 때는 마치 술이나 마약에 중독된 상태로 비친다.

P198 어린애를 업고 골목을 가다가 길에서 사람이 소리쳐 울고 잇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면 등에 업힌 아기가 울어 버린다. 어른은 저 사람이 왜 우는가, 정신이 돈 사람은 아닌가 하고 바라보거나 기껏해야 동정을 하는 정도이지만, 아기는 무조건 울어 버린다. 저와 남의 구별이 없는 마음, 자기 중심으로 이해를 따지지 않는 마음, 이것이 어린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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