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년 책이야기

22-07 처음처럼

paula won 2022. 3. 14. 13:28

22-07 신영복 글 그림/ 이승혁, 장지숙 엮음, <처음 처럼>, 램덤하우스, 2007 ***

P6 우리의 삶이란 흔히 여행에 비유하기도 합니다만 일생 동안에 가장 먼 여행은 바로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이성과 감성의 거리를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고 지식과 품성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P19 처음처럼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P21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는 사실보다 더 따뜻한 위로는 없습니다. 이것은 밤하늘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어둔 밤을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입니다. 옷이 얇으면 겨울을 정직하게 만나게 되듯이 그러한 정직함이 일으켜 세우는 우리들의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P26 최고의 선은 물과 같습니다. 첫째, 만물을 이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자신을 두기 때문입니다. 셋째, 다투지 않기 때문입니다. 산이 가로 막으면 돌아갑니다. 분지를 만나면 그 빈 곳을 가득 채운 다음 나아갑니다. 마음을 비우고 때가 무르익어야 움직입니다. 결코 무리하게 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허물이 없습니다.

P32 슬픔의 위치 / 나의 아픔이 세상의 수많은 아픔의 한 조각 임을 깨닫고 나의 기쁨이 누군가의 기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리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줍니다.

P36 목수의 집 그림/ 노인 목수가 그리는 집 그림은 충격이었습니다. 집을 그리는 순서가 판이 하였기 때문입니다. 지붕부터 그리는 우리들의 순서와는 반대였습니다.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 도리, 들보, 서까래 …… 지붕을 맨 나중에 그렸습니다.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

P38 높이 나는 새는 뼈를 가볍게 합니다/ 높이 나는 새는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하여 많은 것을 버립니다. 심지어 뼈 속까지 비워야 합니다.

P69 콜럼부스의 달걀은 발상 전환의 전형적 일화입니다. …… 그러나 그것은 발상 전환의 창조성이라고 하기보다는 생명 그 자체를 서슴지 않고 깨트릴 수 있는 비정한 폭력성이라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감히 달걀을 깨트릴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은 그것이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달걀이 둥근 모양인 것은 그 속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 그러한 달걀을 차마 깨트리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람과 그것을 서슴없이 깨트려 세울 수 있는 사람의 차이는 단지 발상의 차이가 아닙니다. 인간성의 차이라고 해야 합니다. ……… 콜럼부스가 도착한 이후, 대륙에는 과연 무수한 생명이트려지는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생명이 무참하게 파괴되는 소리는 콜럼부스의 달걀에서부터 오늘날의 이라크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곳곳에서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음이 사실입니다.

P81 빈손/ 물건을 갖고 있는 손은 손이 아닙니다. 더구나 일손은 아닙니다. 갖고 있는 것을 내려 놓을 때 비로소 손이 자유로워집니다. 빈손이 일손입니다. 그리고 돕는 손입니다.

P83 갠지스 강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이 말했습니다. “No money No problem.” 나는 그가 던진 만트라에 화답하였습니다. “No problem No spirit.”

P86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말하기 어려워합니다. 큰 것을 깨달은 사람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P103 함께 맞는 비/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함께 비를 맞지 않는 위로는 따뜻하지 않습니다. 위로는 위로를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위로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 시켜주기 때문입니다.

P160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갑니다.

P161 첩경과 행운에 연연해 하지 않고 역경에서 오히려 정직하며 기존과 권부에 몸 낮추지 않고 진리와 사랑에 허심탄회한 그리하여 스스로 선택한 우직함 이야 말로 인생의 무게를 육중하게 합니다.

P186 새 날의 빛나는 해는 어제의 수고가 영근 결실입니다.

P189 작은 기쁨 하나로 하여 엄청난 슬픔을 견디게 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작은 기쁨의 소중함을 깨닫고 작은 기쁨의 그 위대한 증폭을 신뢰하는 일입니다.

P211 여향/ 메아리와 같은 사람을 기리는 까닭을 생각합니다. 자기가 먼저 소리 내는 법이 없고, 묻는 말에나 대답하며 조용히 다른 사람의 여운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입니다.

P212 사람들의 머리 위에 서 있는 우상은 사람들을 격려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을 좌절하게 합니다. 진정한 천재와 위인은 사람들의 한복판에 서 있어야 합니다. 가장 강한 사람이란 가장 많은 사람들의 역량을 이끌어내는 사람이며, 가장 현명한 사람은 가장 많은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P214 바쁜 걸음 잠시 멈추고 우리가 하는 일을 돌이켜보자. 바위는 산에게 돌려주고 물은 강에게 돌려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