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송성영,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오마이북, 2012. *
P37 저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우파니샤드>의 구절을 읊조려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P77 땅은 언제나 생명을 품어 안습니다. 그것이 해롭건 해롭지 않건, 미생물이건 곤충이건 동물이건 사람이건 모두 넉넉하게 껴안아줍니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든, 어떤 형태로 어떻게 누리며 살든 다 받아줍니다. 모든 것을 내주고 스스로 침묵합니다. 하지만 침묵하면서도 받은 만큼 되돌려줍니다. 땅은 단순한 진리 그 자체입니다. 좋은 마음으로 살면 좋은 것을 내주고, 나쁜 마음으로 살면 그만큼 나쁜 것을 내줍니다.
P158 제 몸의 중심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삶의 리듬이 무너지면서부터 인 것 같습니다.
P222 하지만 아무 조건 없이 먹을 거리를 내주는 바다는 이미 그에 대해 답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포용하는 바다는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흐릅니다. 최소한의 것에 만족하고 생활에 대한 두려움 없이 낮은 자세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바다는 그만큼 내줄 것입니다.
P262 사람이나 동물뿐 아니라 세상 모든 만물에는 세상을 움직이는 생명의 기운이 깃들여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느티나무와 장승은 물론이고 녀석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고향 집과 산과 들이 녀석의 마음속에 생명의 기운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P292 유 씨 할아버지는 흙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제게 농사일을 가르쳐준 사부님 입니다. 농사일 뿐 아니라 여유로운 마음 자리를 몸으로 일깨워 주기도 했습니다.
P335 음식물 쓰레기 용기를 어디에 놓을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농부들이 피땀으로 일군 곡식으로 어머니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남기지 말고 깨끗하게 먹자고 가르치면 안 되는 것일까요?
P343 세상 모든 아이들은 자연을 닮았습니다. 자연을 닮은 아이들의 환한 웃음 자체가 보석입니다. 급히 서둘러 사회의 틀에 꿰 맞추려는 순간, 세상 아이들이 지닌 보석은 가뭇없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 자리에 아이들은 없고, 낡은 쇠붙이 같은 어른들의 생각만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2020년 - 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8 바바호 마레 1호점 (0) | 2020.11.19 |
---|---|
20-27 부엌신 (0) | 2020.11.19 |
2015 들풀도 고향이 있다 (0) | 2020.11.13 |
2024 밥시 (0) | 2020.11.12 |
20-23 혼자 산다는 것은 (0) | 2020.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