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 책이야기

2024 밥시

paula won 2020. 11. 12. 09:00

20-24 박재은, <밥시>, 지안, 2008.**

P9 ‘이란, 그 차림이 소박할수록 그 정성이 진할수록, 또 먹는 자의 마음이 편할수록 빛이 난다. 편한 상태로 한 끼 한 끼 감사하고 집중하여 먹으면 다 맛있다.

P21 부엌의 온도는 안주인의 체온과 비례한다. 차가운 부엌을 가진 서늘한 안주인보다는 달궈진 부엌을 가진, 항상 무언가를 끓이고 있는 뜨거운 안주인으로 살래.

P36 욕심은, 즉 탐내는 마음은 결핍에서 온다. 내 안에 결핍이 많을수록 내 바깥의 모든 것이 탐나고 아쉬운 법이다.

P51 진정 맛이 깊은 식사는 음식을 먹는 동안에 차차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P77 식생활 개선을 위한 첫술은 아침밥 먹이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 먹는 습관을 들이면 자연히 나머지 두 끼도 개선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오전에 집중력이 약한 학생들에게 아침밥은 특효약이다.

P87 묵힌 음식의 맛은 세월이 아까운 사람들만 그 진미를 안다. 그래서 얼라들은 맛없다고 하는 것이다.

P112 정말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걸쳐 기다려 가며 즐길 수 있는 먹거리는 끝이 없다. 먹거리를 즐긴다는 것은 즉, 자연을 즐긴다는 것이다. 햇살이 맑아지는 봄에 지난겨울 말려 둔 귤피 차를 마시고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에 지난봄 얼려둔 쑥으로 밥을 짓는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P134 바짝 긴장을 하고 먹게 되는 유명 레스토랑의 프랑스의 정찬보다 외할머니 집 평상에 앉아 입이 터져라 먹던 쌈 밥이 더 오래 기억되는 것과 같은 얘기다.

P136 피폐해진 인간들이 냉이를 먹고 태양의 기운을 전해 받는다. 쌉쌀한 맛의 녹색 것들은 다 맛있고 멋지다.

P138 운 좋게 손에 넣은 헌 책 한 권을 들고 하릴없이 걷는 가을 낮. 버스를 기다리며 쪼그려 앉다. 책을 펴면 낡은 종이 냄새가 흩날린다.

P156 안개가 두껍게 꼈다가 해가 났다가 바람이 사람 말소리처럼 두런두런 불다가 파도가 치다가 고요해 졌다가 부슬비가 왔다가 다시 사람 말소리처럼 두런두런 바람이 불다가 귀 기울여 가며 잘만 맞춰 살면 맛있는 거 척척 내주는 마누라 같은 제주도

P172-173 나름의 방법이 있다. 첫째, 고기보다는 과일이 좋다. 사실 화가 쌓일 때 고기를 먹는 것은 나쁜 방법이다. 몸의 독을 빼주고 혈액 순환을 돕는 야채를 위주로 식단을 짜는 것이 좋다. …. 둘째, 찬 음식은 금물이다. 마음이 상하면 몸도 따라 상한다. , 내장 기관이 보통 때처럼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렇게 둔해져 있는 속에 얼음을 들이붓는 것은 무식한 짓이다.

P185 갑자기 가난해진 밥상에 대해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 …… 물 아끼고 쌀 아끼고 쓰레기를 함부로 만들지 않아야 앞으로도 풍요롭게 살 수 있음을 가르쳐주자. 난방을 줄이고 내복을 껴입고, 세수한 물로 걸레를 빠는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그 자체로 교육이다. 그리고 가끔은 이렇게 가난한 밥상과 물 한 잔의 단맛으로 하루를 지내보자.

P230 깊이가 있는 팬을 준비하여 김치와 밥을 슬쩍 볶으면 냄새는 좋을지 모르나 너무 뻑뻑하여 아침밥으로는 무리다. 여기에 밥 높이보다 2츠쯤 더 올라오게 가쓰오부시 국물을 붓고 자작하게 끓여주면 훌훌하게 퍼지는 밥알에 시원한 국물이 녹아 들고 개운한 김치까지 한술에 올라오는 김칫국 밥이 된다. 아이들이나 노인들을 위한 아침이라면 김치 대신에 계란을 풀어주고 김 가루를 조금 뿌려도 훌훌하다.

P301 탱탱히 무르익은 청포도, 적포도를 수확하여 으깬다. 포도원마다 비밀스레 전해 내려오는 비율에 따라 단일 또는 여러 종의 포도를 섞어 발효시키기 시작한다. 이때 물 한 방울 안 섞이는 포도주는 포도가 땅으로부터 흡수해서 뿜어내는 수분이 전부인 알칼리성 음료가 된다. 수확한 포도를 한데 섞어 발효시키다가 적포도 껍질에서 색이 우러나기 직전 걸러 내주면 화이트 와인이, 발그레할 때 걸러주면 로제와인이 되며, 그대로 길은 적색이 나도록 두어 버리면 레드 와인이 된다.

P323 세프는 부르고뉴에 눌러앉게 된 이유가 수질이라고 말하며, 좋은 물 먹고 자라난 좋은 식재료를 갖게 되면 좋은 요리는 자연스레 만들어지니 이곳을 떠날 수가 없다고 했다.

P324 세프는 말했다. “나에게 있어 요리의 핵심은 다음날 아침 얼마만큼 내 뱃속이 편안한 가에 있다. “

P384 내 인생의 스토리는 지금, 어디쯤 굴러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소주와 와인과 자반 고등어와 메밀국수와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나의 이야기. 그 이야기가 날로 장밋빛이 될 수 있도록 100년 묵은 간장에 비빈 밥 같은 멋들어진 음식만 먹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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