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9년 책이야기/2019년 책이야기

19-12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

paula won 2019. 4. 24. 10:14

1912 이원규,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 좋은 생각, 2004. **

P22 등산은 인간의 정복 욕과 교만의 길이지만 입산은 자연과 한 몸이 되는 상생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P23 산에 들어갈 때엔 바람의 방향을 따라 흥얼흥얼 천천히 가시기 바랍니다. 그것만이 사람도 살고 산짐승도 사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P42-43 평화의 걸음걸이는 느리더라도 함께 가는 것.  …… 한 사람의 천 걸음보다 더불어 손을 잡고 가는 모두의 한 걸음이 더 소중하니 앞만 보지 말고 바로 옆을 보시기 바랍니다.

P96 느림의 미학 느리게, 천천히, 여유롭게, 한가하게, 둘러보며, 만만디 걸어가다 보면 비로소 꽃이 피고 새가 웁니다. 빨리, 서둘러, 정신없이, 앞만 보고 가는 길엔 자주 붉은 신호등만 켜질 뿐이지요.

P97 그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지요. 시간에 쫓기듯이 살면 그 시간은 더욱 가속도로 빨라지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면 시간도 따라와 아주 오래된 동무가 됩니다.

P98 나무와 풀과 새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도 결국은 마음의 속도 때문이지요.

P118 산중에 사는 큰 기쁨은 자연을 닮아가는 것이지요. 봄이면 내 몸의 잎과 꽃을 피우고, 여름이면 내 몸 그늘 아래 누군가를 쉬게 하고, 가을이면 무성한 잎과 열매를 모두 나누어주는 한 그루 무욕의 나무로 섰다가 겨울이면 누군가의 온돌방을 위해 장작불이 되는 것.

P154 술을 담근다는 것은 한 포기의 꽃을 심거나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같습니다. 기다릴 줄 아는 마음 때문일 까요. 기다림의 여유를 깨우치고 나면 나날이 서두를 게 없고, 마음의 병도 생기지 않습니다.

P199 인간의 발걸음으로 빨라야 하루 40킬로미터를 갈수 있으며 ….. 남하하는 단풍의 속도나 북상하는 꽃의 속도가 사람의 발걸음과 다르지 않다는 것도 더불어 깨닫게 됐지요. 10월 하순부터 설악산에서 백두대간을 타고 남도를 향해 매일 걷는다면 날마다 단풍을 볼 수 있으며, 4월 초순에 남해에서 민통선을 향해 매일 걷는다면 또 내내 진달래꽃을 볼 수 있겠지요.

P201 나무는 이미 살아있는 그 자체로도 하나의 집이자 책이지만, 죽어서도 집이 되고 책이 됩니

P211 옛말에 상선유수라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했습니다. 그렇지요.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러운 것, ‘배고프면 밥 먹고, 똥마려우면 시원하게 싸고, 잠이 오면 자는 것이 최고의 행복 아닌지요

P241 지리산을 만나면 지리산이 되고, 섬진강을 만나면 그대로 강물이 되는 사내, 강물보다 더 부드러운, 모래처럼 낮고 깊은 사내 하나 여기 있습니다. 나무를 만나면 나무가 되고 풀 위에 누우면 풀이 되고 산짐승과 같이 있으면 그대로 순한 초식동물이 되는 ….바람 따라 걸으면 길이 되고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고 별이 되는 수줍은 사내 하나 여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