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 이승은, 허헌선, <엄마 어렸을 적엔 ….. 첫번째 이야기>, 이레, 2001. **
P28 먹기 위해 살았던 시절, 먹는 것이 그 무엇보다 숭고했던 시절, ‘밥 먹었냐?’는 인사말이 주는 눈물겨움.
P62 할머니는 언제나 우리들의 든든한 후원자였습니다. 엄마한테 혼나고 있으면 말려 주시고, 씻지 않아도 잘생겼다고, 공부 못해도 똑똑하다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우리들 마음속 든든한 밑불이 되어주신 할머니, 그 아낌없는 후원 속에서 우리들은 자신감을 배웠고 못하더라도 다시 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배웠습니다.
P109 국수가 먹고 싶다. /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 국수가 먹고 싶다. /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 길거리에 나서면 /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 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
P118 가족이란 새끼줄에 줄줄이 엮은 한 두름의 굴비처럼 연연한 것이어서 아이를 떼어놓고 나간 엄마는 무거운 광주리를 머리에 얹고서도 자꾸 뒤돌아 보았습니다.
P122 그런 아이가 있었습니다. 길거리에서 신문 파는 것이 하나도 부끄럽지 않았던 아이,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던 아이, 버스에서 신문을 팔다가 같은 반 친구들을 만나면 씨익 웃어주던 그 아이는 맨발로 일어서고 맨발로 달리던 아이였습니다.
P202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부엌에서 엄마가 저녁 지을 때 나는 소리입니다. 그릇 끼리 부딪치는 소리, 깍둑깍둑 도마질 소리, 타닥타닥 장작불 타는 소리와 뽀글뽀글 찌개 끓는 소리, 배가 고파 부엌까지 들어온 아빠가 침을 꼴깍 넘기는 소리, 부엌에서 엄마가 지휘하는 그 소리를 어둑어둑 해 지는 먼 들판까지 퍼지면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사람들 발걸음도 가벼웠고 하늘을 나는 새들도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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