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9년 책이야기/2018년 책이야기

1819 시골에 사는 즐거움

paula won 2018. 6. 23. 09:24

1819 박정래, <시골에 사는 즐거움>, 새로운 사람들, 2013. *

P23 내가 사는 전원, 국수리에서 행복한 일상 중의 하나는 뭔가 묵직하게 눌릴 대마다 뒷산을 산책하는 것이다. … 3월은 산책을 간다는 표현보다 숲에 든다고 하는 말이 맞을 것이다.

P49 전원에 사는 최고의 삼락은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는 최고의 교향악을 듣는 것 이세상에 유일한 최고의 걸작을 보는 것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우주의 조화를 직접 경험하는 것

P93 시골에 살면 늦잠이 짐이 된다. 농사짓는 이웃들은 항상 해가 뜨기 한 시간 전 일을 시작해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P149 유기견 우리는 우리와 8년을 살았다. 유기되기 전의 삶은 모르므로 제 천수는 누린 것 같다. 지금은 청계산 자락에 묻혀 있다. 유기의 상처를 잊는 데 3년이 걸렸고, 거북마을에서 목소릴 찾는데 2년이 걸렸고 제 자리를 찾는 데 5년이 걸렸다. 반려견은 의외로 쉽게 마음의 상처를 얻는 걸 알았다.

P171 저녁 어스름에 옆에 누가 없다는 것은 비극이다. 밥상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랑이 없다는 것은 …… 황혼을 같이 나눌 여행의 동반자를 잃지 마라.

P172 인연의 꽃은 우담바라 꽃이 아닐 것이다. 인연의 절정은 함께 사는 것이다. 함께 사는 것이 인연의 꽃이고 우담바라 꽃일 것이다. 따라서 부부야 말로 가장 큰 인연의 꽃이고, 그 다음이 부모, 자식, 형제이고, 그 다음이 이웃일 것이다.

P177 이젠 나이도 나이려니와 벌이고 굽고 떠들썩한 것 자체가 그렇게 즐겁지가 않은가 보다. 방문 손님들이 있으면 조용히 된장찌개나 파전에 막걸리 한 잔 나누거나, 차 한 잔 건네거나, 그것도 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면 가까운 마을 주변 음식점에 나가 매식하고 들어와 산책하고 차 한 잔 나누며 얘기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먹고 마시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더 집중하고, 우리들의 이야기와 근황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P180 누구를 초대한다는 것은 일이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고, 아내는 음식을 준비해야 하고, 청소를 해야 하고, 주변 정리를 해야 하고 …… 누가 그냥 갑자기 온다는 것은 사건이고 즐거움이다. 끼니 준비할 때면 수저 한 벌 더 놓고, 여유가 있는 시간이면 있는 안주에 탁주 한 잔 나누고, 긴 시간이 가능하면 바로 차 몇 종 달이며 많은 얘기를 나누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