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9년 책이야기/2018년 책이야기

1818 연인

paula won 2018. 6. 14. 11:19

1818 정호승, <연인>, 열림원, 2003, 22. **

P15 우리의 삶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진다.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모자이크다.

P24 “무심한 게 아니라 그냥 일상을 유지한 거야. 사랑이란 오래 갈수록 처음처럼 그렇게 짜릿짜릿한 게 아니야. 그냥 무덤덤해 지면서 그윽해 지는 거야. 아무리 좋은 향기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면 그건 지독한 냄새야. 살짝 사라져야만 진정한 향기야. 사랑도 그와 같은 거야. 사랑도 오래되면 평생을 같이하는 친구처럼 어떤 우정 같은 게 생기는 거야.”

P26 “나라고 왜 꿈이 없을까. 내 꿈은 이렇게 너를 사랑하면서 이웃에게 기쁨이 되는 가운데 평범하게 사는 거야. 네가 보기엔 작고 보잘것없는 꿈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세상에서 가장 큰 꿈이야. 난 네가 나와 같은 꿈을 꾸기를 바래.”  싫어. 그건 너만의 꿈이야. 난 네 꿈의 동반자가 되고 싶지 않아 네가 진정 나를 사랑한다면 내 꿈을 이루도록 도와줘야 해.” ……. 얼핏 그의 눈에 슬픔의 물기 같은 것이 어리고 있었다.

P42 조금씩 날개에 힘이 빠졌다. 수동적으로 처마끝에 매달려 사는 삶보다 능동적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삶이 몇 배나 더 힘이 들었다. 소원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참고 기다리는 일보다 그것을 얻고 나서 지키는 것이 더 힘든 일이었다.

P101 예전에 나는 감사할 줄을 몰랐다. 살아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감사해야 할 일인 줄을 알지 못했다. 사실 충족된 삶을 살고 있을 때 감사할 줄을 알아야 하는데 어리석게도 그렇지 못했다.

P105 어둠이 깊어지면 반드시 별은 빛났다. 밤이 지나면 반드시 아침은 왔다. 아침이 오면 세상은 햇살로 눈부셨다.

P122 “울지 마라. 분노 때문에 너 자신을 다치게 하지 마라. 네가 그를 사랑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 사실만으로도 사랑은 족하다.”  …… “고통 없는 삶은 없다. 살면서 고통 없기를 바라지 마라. 고통이란 밥 먹고 잠자는 것처럼 일상적인 것이다.  …… “너라고 해서 고통이 없으란 법은 없다. 나에게도 고통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고통을 견딜 수 있다.”

P143-144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낙엽이 떨어질 때를 아는 사람을 사랑하라/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낙엽이 왜 낮은 데로 떨어지는지 아는 사람을 사랑하라/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한 잎 낙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 시월의 붉은 달이 지고/ 창밖에 따스한 불빛이 그리운 날/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한 잎 낙엽으로 떨어져 썩을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 한 잎 낙엽으로 썩어/ 다시 봄을 기다리는 사람을 사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