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9년 책이야기/2018년 책이야기

18-01 시처럼 아름다운 수필

paula won 2018. 3. 19. 11:15

18-01 도종환 박완서 성석제 장영희 피천득외 지음, <시처럼 아름다운 수필>, 북카라반, 2016. ***

P21 인연 피천득; 그렇다. 사랑하면 보인다. 꽃이든 나무 든 사람이든 사랑하면 비로소 그가 보인다. 어디에 있어도 늘 함께 잇는 그가 보인다.

P27 지란지교를 꿈꾸며 유안진;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P31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 없이 남의 성공을 얘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되, 미친 듯 몰두하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 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 과도 같아서 요란한 빛깔과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P68 방망이 깎던 노인 윤오영; 옛날 사람들은 흥정은 흥정이요, 생계는 생계 지만, 물건을 만드는 그 순간만은 오직 아름다운 물건을 만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공예 미술품을 만들어냈다.

P81 모두가 장미일 필요는 없다 도종환; 그러나 모든 사람이 장미일 필요는 없다. 나는 나대로, 내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 대로 산국화이어도 좋고 나리꽃이어도 좋은 것이다. 아니, 달맞이꽃이면 또 어떤 가.

P84 한 독자와의 만남 최인호; 허공에 뱉은 말 한마디도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법은 없습니다. 자신이 지은 죄는 아무리 가벼운 죄라 할지라도 그대로 소멸되어버리는 법이 없습니다.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은 그대로 씨앗이 되어, 민들레 꽃이 되어 날아갑니다. 나쁜 생각과 나쁜 행동 들은 나쁜 결과를 맺고 악의 꽃을 피웁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생각과 좋은 행동들은 그대로 사라지는 법이 없이 샘을 이루고 내를 이루고 강을 이루고 생명의 바다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P102 맛과 멋 피천득; 맛과 멋은 리얼과 낭만과 같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맛만 있으면 그만인 사람도 있고, 맛이 없더라도 멋만 있으면 사는 사람이 있다. 맛은 몸소 체험을 해야 하지만, 멋은 바라보기만 해도 된다. 맛에 지치기 쉬운 나는 멋을 위하여 살아간다.

P109 생활인의 철학 김진섭; 생활인으로서의 나에게는 필부필부의 생활체험에서 우러난 소박하고 진실한 안식이 고명한 철학자의 난해한 글보다는 훨씬 맛이 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 이러한 무명의 현철은 사실상 많은 생활인의 머릿속에 숨어있는 것이다. 생활의 예지- 이것이 곧 생활인의 귀중한 철학이다.

P111 낙엽을 태우면서 이효석;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P114 백화점 아래층에서 커피의 알을 찧어 가지고는 그대로 가방 속에 넣어가지고, 전차 속에서 진한 향기를 맡으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는 내 모양을 어린애답다고 생각하면서 그 생각을 또 즐기면서 이것이 생활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P144 행복의 메타포 안병욱; 행복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행복감을 떠나서 행복이 달리 있을 수 없다.

P148 인간은 밥만 먹고 사는 동물은 아니다. 사랑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나를 사랑해주는 자가 필요한 동시에 내가 사랑할 생명이 필요하다. 사랑이 없는 생은 결코 행복한 생이 아니다. 사랑은 행복의 열쇠다. 사랑하는 기쁨과 사랑을 받는 보람을 가질 때 우리는 지상에 인간으로서 태어난 것을 감사하고 싶고 축복하고 싶어진다. 건강하게 일하는 기쁨은 행복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남자는 사업에 사록 여자는 애정에 산다. 일은 우리에게 벗을 주고 건강을 주고 삶의 보람을 준다. 온 정열을 쏟을 수 있는 일을 인생에서 발견한 사람은 세상에 다시 없는 행복자다.

P150 나의 분을 알고 나의 분을 지켜서 인생에 지나친 욕심을 갖지 않는 것이 슬기롭다. 지족은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의 하나다. 자기의 분에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행복과 담을 쌓는 사람이다. 행복으로 감사의 문으로 들어오고 불평의 문으로 나간다. 행복을 원하거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기르고 배워야 한다. 사랑과 노동과 신앙, 인생의 참된 행복은 그런데 있지 아니할 까.

P158 맛있는 책, 일생의 보약 성석제; 한두 번 씹으면 단맛이 다 빠져버리는 무협지와는 달리 읽을수록 새로운 맛이 우러나왔다. 보석처럼 단단하고 품위 있는 문장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책을 읽으면서 내 정신세계가 무슨 보약을 먹은 듯이 한층 더 넓어지고 수준이 높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주일에 단 한 시간, 도서관에서 단 한 권의 책을 거듭 펴서 읽었을 뿐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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