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8.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한겨레출판, 2015, 6쇄. **
P43 서로를 사랑한다면 힘 닿는 데까지 자유롭게 해줘야 할 것이다. 상대의 모든 것을 알 필요가 없으니 상대의 사생활을 지켜준다. 아무리 가까워도 인간으로서의 예의의 선을넘지 않도록 한다.
P60 어떤 사랑이든 사랑 그 자체가 내 인생에 찾아온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사랑이 끝났다고 해도 새로운 사랑이 내게 도래할 거라는 믿음. 상처는 아물고 어느새 나는 한 뻠 성장해 있다. 슬픔에 아름다움이 깃드는 순간이다.
P93 나이가 들수록 가만히 있어도 삶의 무게는 무거워지니 가급적 많은 것들을 단순화시키고 깃털처럼 가볍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는 방식에 여분의 군더더기가 없을 수록 자유롭다. 특히 그 중에도 인간관계가 자유로워야 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맨 먼저 할 일 …… 밀물과 썰물을 거쳐 여전히 내 곁을 지키고 있는 그 사람들이야말로 지금의 ‘내 사람들’인 것이다.
P102 불편한 인간관계를 견뎌내야 할 이유는 없다. 당장은 마음에 부담을 느끼지만 한번 관계를 자연스럽게 놓아버린 다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피차 홀가분해 할 지도 모른다. 둘 사이에 일부러 거론하지 않는 갈등이 있다면 그 갈등을 놓아보자.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자연스레 이해되고 용서되는 것들이 있다. 갈 사람은 가고 돌아올 사람은 분명히 다시 돌아온다. 관계의 상실을 인정할 용기가 있다면 어느덧 관계는 재생되어 있기도 하다.
P114 여자가 수위 말하는 가난한 남자를 선택하는 사치를 부리려면 일단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자립해 있어야 한다. 남자가 돈을 벌지 못하면 내가 벌어서 그 사람을 먹여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담담하게 우러날 수 있어야 한다. ‘남자라면 막노동이라도 해서 처자식 먹여 살려야 해요’라며 남편의 벌이가 작은 건 용서되지만 여자인 내가 혼자 벌어 오는 모양새는 싫다고 생각하면, 경제적 여건이 내 성에 차지 않는 남자와의 결혼은 무조건 관두는 게 좋을 것 같다.
P151-152 자신의 본질적 자산은 그 어디에도 가질 않고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지금 하는 일에 힘이 되어줄 수 있다. 가령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알아서 일을 만들어서 하는 자발성과 창의성, 규칙적으로 일을 하고 그에 대해 책임을 지는 성실성, 나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기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신중함, 고집을 부리기보다 협업을 통해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유연성 등은 일의 성격이 달라져도 일관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주고 응용되어 쓰이는 소중한 기본 자질들이다.
P159 나는 현재 어떤 일을 하건 일의 기술적 내용보다 그 일에 접근하는 태도를 배우고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하는 방식의 틀을 견고하게 잘 잡아놓으면 그 안에 어떤 내용물의 일을 적용시켜도 조금만 익숙해지면 일을 잘해낼 수 있는 저력이 되어준다. 다시 말해 과거의 그 어떤 일에 대한 경험도 쓸모 없는 것은 없다.
P168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몰입하는 기분은 내가 생생히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실감을 안겨준다. 그렇게 조금씩 걸어나가는 일. 건전한 야심을 잃지 않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결국 열심히 한 것들만이 끝까지 남는다.
P179 목소리가 크고 공격적인 사람들을 피하십시오. 그들은 영혼을 괴롭힙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한다. 이런 사람들이 기분 나빠지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려는 습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대는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데 난 내 주장이 없어서 굴복 당한 기분이라 그 무지와 무기력함이 불편하고 기분 나쁘기 때문이기도 하다.
P193 타고난 것이나 주변 환경과 상관없이 나 자신과의 관계에 있어서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자존감을 만든다. 자존감이 소중한 것은, 나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애쓸 때 우리는 타인을 있는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상대의 결핍이나 불완전함을 이해할 포용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P210 내가 어느 순간 타인에 대한 비난으로 열을 올린다면 나는 그것을 내 안의 공허함이나 불안함에 시선을 돌리라는 자가 신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P245 일단 그분들의 권위적이지 않은 태도, 성실하게 꾸준히 일하는 작업 방식이 좋죠. 소탈한 옷차림도 좋고요. …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나이를 초월한 느낌이에요. 그리고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자기만의 가치관과 자기가 충만할 수 있는 어떤 태도를 분명히 가지고 있고, 자신의 환경을 그렇게 만들어갈 수 있는 힘도 있고 … 한마디로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인 거죠. P246 나는 나대로 좋아하는 걸 표현한다. 세속적인 성공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엄숙하게 굴 필요도 없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자연스러운 삶의 태도가 좋더라고요. 평범함의 특별함. 일상성의 위대함 같달까. 자유의 영역을 더 넓혀주는 것 같아요.
P271 과거의 저는 ‘나 자신과의 불화’ 즉 나를 희생시키는 것. 내가 무리하는 것을 선택했지만, 10여년 전부터는 나 자신과 불화하느니 차라리 미움 받을 것을 각오하고 ‘타인과의 불화’를 선택하게 되었죠. .. 예전엔 제가 무리하고 있다는 감각조차도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무리하면 몸으로 느껴요. 몸이 아파요.
P299 ‘인생의 전반기가 외부에 대한 적응의 시기라면 인생의 후반기는 내 안의 나와 갈등을 수용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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