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6 박완서, <세상에 예쁜 것>, 마음산책, 2012, 5쇄. **위니펙 도서관
P37 할머니는 나의 사소한 질문에 대답할 때도 성의껏 이야기로 대신하셨다. 할머니는 푸성귀를 데치거나 … 더운물을 시궁창에 버릴 때도 반드시 큰 소리로 더운 물 내려간다. 소리치고 나서 잠시 머뭇거린 후에 버리셨다. 누구 들으라고 하는 소리냐고 여쭤보면 시궁창 바닥에 살고 있는 온갖 미물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 해주섰다……. 도망갈 시간을 주고 더운물을 버리는 행위를 통해서도 사람이 사물을 자연질서대로 지킬 수 있는 도리가 담겨 있었다.
P39 좋은 이야기는 상상력을 길러주고, 옳은 것을 알아보게 하고, 사람과 사물에 대한 사랑의 능력을 키워주고,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한다.
P80 시간이 나를 치유해준 것이다.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소중한 체험이 있다면 그건 시간이 해결 못할 악운도 재앙도 없다는 것이다.
P81 수명을 다하고 쓰러지려는 고목나무가 자신의 뿌리 근처에서 몽실몽실 돋는 새싹을 볼 수 있다면 그 고목나무는 쓰러지면서도 얼마나 행복할까.
P108 아이들이 김빠진 음식을 먹으면 골이 빈다고 믿은 할머니의 감시 때문이었다. … ‘김’이란 사전적인 의미의 김- 즉 음식의 따뜻한 기운이나 음식 본래의 맛- 보다 훨씬 깊은 뜻, 그 음식을 만들 때 들인 정성이 녹아 들어 만들어낸 음식의 기 같은 걸 뜻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P155 늙으면 입맛이 U턴을 한다는 소리가 있다. 우리나라가 일반적으로 가난했을 때 먹던 음식 혹은 엄마가 해주던 반찬이 먹고 싶어진다는 얘기를 우리 노인들끼리는 모이면 곧 잘 한다. 나이 들면서 내가 온갖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아침저녁 흙 만질 수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 한 것도 그와 유사한 정서적 U턴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P190 아무리 잘 먹고 운동을 많이 해서 좋은 체격을 가져도 자연과의 교감이 없는 건강은 왠지 미덥지가 못하다. 지식 또한 자연과 부대끼며 터득한 경험 없이 교과서에서 배운 걸 시험 치기 위해 달달 외운 지식이 미덥지 못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P215 선생님의 생활이 수필처럼 담백하고 무욕하고 깨끗하고,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사셨기 때문일 것이다.
'2013-2019년 책이야기 > 2016년 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28 태도에 관하여 (0) | 2017.01.01 |
---|---|
16-27 인생 (0) | 2016.12.27 |
16-25 10가지 자연법칙 (0) | 2016.12.27 |
16-24 은혜를 찾아 길을 떠나다 (0) | 2016.12.11 |
16-23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The Education of LIttle Tree (0) | 2016.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