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9년 책이야기/2014년 책이야기

14-3 집으로 돌아가는 길

paula won 2014. 2. 19. 15:13

14-3 헨리 나우웬 지음, 최종훈 옮김, <집으로 돌아가는 길>, 포이에마, 2012***

P12 간곡하게 부탁하는 데 풀리지 않는 마음 속 매듭들에 조급해하지 말고 그 의문들을 자물쇠가 채워진 방이나 외국어로 쓰인 책처럼 사랑하도록 해보게. 당장 정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우왕좌왕하지 말게. 답을 얻었댔 자 몸으로 살아낼 수 없기 때문일세. 중요한 건 삶으로 드러내는 일이라네. 지금은 의문으로 살게. 언젠가 미래의 어느 시점이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해답으로 통하는 길을 살아내고 있을 테니까… -라이너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Letters to a Young Poet>

p16 소중한 무언가를 잃고 아파할 때, 그 비통한 마음은 내면의 눈을 열어서 가족, 친구, 동료라는 작은 세계를 뛰어넘어 상실의 고통이 지배하는 다른 세상을 보게 해줍니다. 죄수, 난민, 에이즈환자, 굶주리는 어린이들, 지속적인 두려움 속에 지내는 수많은 인간들이 사는 세계를 발견합니다. 그렇게 해서 괴로워하며 부르짖는 심령은 고난 당하는 인류의 슬픔과 신음으로 이어집니다. 우리의 슬픔은 자신보다 더 커집니다. –헨리 나우웬 < 뜨거운 마음으로 With Burning Hearts>

p27 ‘침묵의 시간과 같은 훈련은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다. 공부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체험이다. 먼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쓸데없는 쓰레기와 부스러기, 온갖 폐기물들을 마음에서 치워야 한다. 아주 조그만 쪼가리라도 내면에 방치하면 금방 수북해져서 주의를 산만하게 한다. 더 깊이 느끼고 사고하게 해주는 요소들이 있는 반면, 잡동사니 역시 늘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가장 내밀한 자아를 광활하고 텅 빈 평원으로 만드는 것을 묵상의 목표로 삼아라. 눈속임에 능한 덤불들이 시야를 가리지 않아야 하나님으로부터 그리고 사랑으로부터 무언가가 중심으로 들어올 수 있을 테니.-에티 힐레줌<가로 막힌 삶, 베스티보르크에서 온편지 An Interrupted Life, and Letters from Westerbork>

p36 고통은 무시무시한 교사이지만 가장 멋진 무언가가 시작되는 출발점인 경우가 많다. 괴로움과 창의성은 상당 부분 상호의존적이다. 고통이 불러일으키는 엄청난 압박감은 창의적인 반응을 통해서 풀려나가곤 한다. 고난은 조개 껍질 속에 틀어박힌 모래알과 같아서 언젠가 멋진 진주를 키워낸다. –딕 라이언<가슴에서 흘러나오다 Straight from the Heart>

p39 살아가다 무슨 일을 만나든지, 설령 매사가 엉망진창이고 정신 없이 돌아간다 할지라도, 그 가운데 어느 틈에는 하나님의 손길이 미치는, 쉽게 말해서 모든 상황을 끌어안고 구원을 베풀어주시는 순간이 있음을 믿어야 한다. –딕 라이언 <가슴에서 흘러나오다>

p45 제 몫의 암흑과 맞닥뜨려서 스스로 한없이 무기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상황을 지배하려는 욕구를 포기하며…. 자신의 실상이 어떠함을 깨닫고 하나님의 사랑이 절박하게 필요하다고 인식할 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 –딕라이언 <가슴에서 흘러나오다>

p49 외로움, 서둘러 털어버리지 말지니 더 날카롭게 벼리고 곰 삭혀 속속들이 스미게 하라. 인간을 넘어 신성한 존재들이 그러하듯 오늘밤, 내 마음에서 사라진 것들이 내 눈을 더 아련하게 내 목소리를 더 부드럽게 신을 향한 갈망을 한없이 또렷하게 만드나니. 샴스알 딘 하퍼즈

p71 거리를 냅다 달려가는 남자를 본 랍비 레비가 물었다. “왜 그렇게 정신 없이 뛰는 거요?” 그가 대답했다. “행운을 잡으려고요!” 랍비가 말했다. “어리석은 양반아, 행운이 뒤에서 쫓아오고 있는데 자네가 너무 빨리 달리는 바람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걸세!”

p111 인생은 단절감을 느끼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첫 번 째 외로움에서 예수님 한 분이면 충분하다고 믿으며 그분과 더불어 홀로 걷는 두 번째 외로움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습니다. 채워지지 않은 내면의 욕구는 끊임없이 비명을 질러대지만, 더 이상 연인이나 친구에게서 치유를 기대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P134 경건하게 산답시고 분노의 감정을 집어 삼킨 채 드러내지 않으면 원망이 시작됩니다. 화가 나지만 사소한 일이라 접어두고 지나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하지만 관리되지 않은 분노는 시간이 지날수록 관계나 상황 속에 차곡차곡 쌓여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상태가 됩니다. 부정적인 감정들을 발산하지 않고 꾸준히 들이마시면 언젠가는 내면세계에 가득 펴져서 사랑을 토대로 관계를 맺어가는 능력을 크게 떨어트리는 요인이 됩니다.

P185 누군가를 판단하기보다 그 존재에 감사하는 변화, 그것이 진정한 돌이킴이며 더 깊은 회심입니다.

P188 사랑하는 주님, 손을 쭉 뻗은 채 이 고독 속에 빠져 지내는 동안, 차츰 어둠에 익숙해졌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외로운 가운데, 주님이 나를 위해 선택하셨던 죽음을 사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건 그 어떤 죽음보다 고통스럽지만 내 눈은 서서히 그 흑

암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비밀스러운 사랑, 그 어떤 사랑보다 깊은 사랑을 이제는 조금씩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외로움이 나로 하여금 주께로 돌아가게 한다는 걸 천천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은 한없이 깊지만 그 안에는 또한 즐거운 삶이 있습니다. 이 캄캄한 어둠 속에서 마침내 빛, 주님의 빛이 밝아오는 걸 봅니다. 이 어디에 있는지 보기 시작합니다. 내 안에서 사랑이 거듭 태어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헨리나우웬 <라르쉬 데이브레이크 워크숍에서>

P231 가진 것에 만족하라. 지금 상태 그대로 기뻐하라. 부족한 게 없음을 깨달을 때, 온 세상은 그대의 것이다. –웨인 멀러 <>

P271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을 보러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만 해도 본대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경외감을 품은 채, 거장이 이끄는 자리에서 서 있을 다름이었습니다. 렘브란트는 남루한 옷차림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 작은아들에게서 구부정하게 서 있는 아버지에게로, 축복을 받는 자리에서 은총을 베푸는 자리로 인도했습니다. 나이 들어 쪼글쪼글해진 내 두 손을 바라봅니다. 이제는 알겠습니다. 이 손은 고통을 당하는 모든 이들에게 내밀라고, 집을 찾아온 모든 이들의 어깨에 내려놓으라고, 하나님의 그 어마어마한 사랑에서 비롯된 축복을 베풀라고 주님이 주신 손입니다. –헨리 나우웬 <탕자의 귀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