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012년 책이야기

12-12 채근담

paula won 2012. 3. 25. 13:26

12-12 홍자성/최현 옮김, 채근담, 범우문고, 1986. ***

 

p16 세상을 건너가는데 물결이 얕으면 그 만큼 때묻는 것도 얕고, 일에 경험이 깊으면 수단도 깊다. 그러므로 군자는 능숙하기보다는 차라리 순박한 편이 낫고, 치밀하기보다는 차라리 소탈한 편이 낫다.

 

p22 움직임 속의 고요, 고요 속의 움직임, 군자는 한가한 때에도 갑자기 닥칠지 모르는 심한 변동에 대비해야 하고, 바쁜 때에도 여유를 가져야 한다.

 

p42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자녀를 기르자면 규중 처녀를 기르는 것처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때는 무엇보다도 친구를 가려 사귀게 해야 한다. 만일 한번이라도 나쁜 친구와 어울리게 되면 마치 잘 갈아 놓은 좋은 논밭에 잡초의 씨앗을 뿌린 격이어서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p44 의지가 굳세고 실천력이 강한 사람은 자기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므로, 그 앞에는 하늘이 정해 준 운명도 작용하지 못하며 타고난 기질까지도 바뀌게 된다.

 

p54 사치를 좋아하는 사람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항상 모자라 쩔쩔 매고, 절약하여 검소한 생활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여유 있게 살아가니,

 

p63 성급하고 과격한 사람은 무엇이나 닥치는 대로 불태워 버리고, 인색하고 자기만 위하는 사람은 찬 얼음과 같아서 무엇이나 닥치는 대로 얼어 죽게 만들며, 고집스럽고 융통성이 없는 사람은 고인 물이나 썩은 나무와 같아서 생명력이 없다. 이 세가지 결점을 그대로 두고서는 뜻 있는 일을 하여 보람 있게 살 수 없다.

 

p64 대체로 즐거운 마음을 기르면 행복이 찾아오고, 남을 해치려는 악한 마음을 버리면 재앙이 멀어지게 마련이다. 이것이 재앙을 멀리하고 행복을 불러들이는 길이다.

 

p67 사나운 말도 잘 길들이면 명마가 되고, 품질이 나쁜 쇠붙이도 잘 다루면 훌륭한 그릇이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타고난 천성이 좋지 않아도 열심히 노력하면 뛰어난 인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천성이 타고나도 빈둥빈둥 보내면서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런 발전도 이룰 수 없다.

 

p72 청렴한 사람은 아량이 적고, 인자한 사람은 결단력이 모자라며, 총명한 사람은 남의 결함을 잘 들춰내고, 정직한 사람은 남의 잘잘못을 잘 따진다. 그러나 이런 폐단이 없어야 인격자이다.

 

p78 집안 식구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불끈 화를 내어 책망해서는 안 되며, 가볍게 여겨 그대로 두어서도 안 된다. 직접 그 잘못을 말하기 어려우면 다른 일을 비유로 들어 일깨워 주어라. 그래도 깨닫지 못하면 급히 서둘지 말고 다음에 다시 기회를 만들어 일깨워 줘야 한다. 마치 따뜻한 봄바람이 얼음을 녹이듯이 은연중에 스스로 잘못을 깨달아 고치도록 하는 것이 상책이다.

 

p91 아무리 비범한 재주가 있더라도 겉으로는 서툰체하고, 뛰어난 지혜를 갖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서툰 체하고, 뛰어난 지혜를 갖고 있으면서도 어리석고 어두운 체하면서 밝게 살피며, 청렴 결백하면서도 혼탁한 세상에 몸을 의탁하고 살고, 몸을 움츠리면서 장차 몸을 펴고 일어설 자세를 가다듬는 생활태도가 ... 안전 책이다.

 

p97 남이 나를 속이고  있는 줄 알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남에게 모욕을 당해도 얼굴빛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태도에는 무한한 품격이 있고, 또 무한한 행동을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p116 세상에 불성실한 사람이 많은데도 남을 믿는 것은 바로 자기가 성실하기 때문이며, 세상에 성실한 사람이 많은데도 남을 의심하는 것은 바로 자기가 성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p118 근면이란 본래 덕과 의리를 지키기에 부지런한 것을 말하는데, 세상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나 재산을 모으는 것을 근면이라고 한다. 또 검약은 본래 재물이나 이권을 탐내지 않는 것인데, 세상 사람들은 자기 재물에 인색한 것을 검약이라고 말한다. 근면과 검약은 군자의 예요 도리인데, 애석하게도 소인이 자기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p132 세상을 살아갈 때 너무 결백해서는 안 된다. 차라리 욕되고 더러운 것을 용납하는 넓은 도량이 있어야 한다. 남과 사귈 때는 지나치게 옳고 그른 것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 착한 자나 악한 자나 현명한 자나 어리석은 자를 다 받아들여야 한다.

p141 독서를 잘하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목청을 돋우고 어깨춤이 나오는 경지에까지 이르러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문장에 얽매이지 않고 그 속에 담긴 진정한 뜻을 알 수 있다.

p144 바람이 세차고 물결이 거센 소란한 생활에서는 인생의 참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바람이 자고 물결이 고요한 때라야 마음도 평안을 얻어 인생의 참된 경지를 볼 수 있다. 또 달콤한 맛과 아름다운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끌지만 본래의 마음을 깨닫게 하지는 못한다. 담담한 맛과 소리 드문 고요함 속에서라야 비로소 본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