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8 박혜란, 나이 듦에 대하여, 웅진지식하우스, 2011. **
P34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구호가 요란한 게 언제 적부터인데 어찌 된 셈인지 딸들은 결혼 시켜 놓고도 죽을 때까지 애프터서비스를 해야 하는 애물단지로 변했고 며느리는 까탈진 상전이 되었다. 손자들은 비싼 장난감이나 용돈을 미끼로 해야 겨우 가까이 온다.
P49 일생 동안 거칠고 험한 세상을 살아온 탓인지 우리 노인들은 미소와 감사에 한없이 인색하다. 그래서 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들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대신하고 싶다.
P56 사소한 것에 대한 분노 / 분노에 관한 한 나는 뒤죽박죽이다. 커다란 일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진 대신 사소한 일에 대해서는 점점 참을 수 없어진다. 어떻게 해야 그런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까? 더 나이가 들면 사그라들까.
P70 지금 중 노년에 이른 부부들을 결혼한 지 2,30년이 지나는 동안 진정으로 ‘함께 사는 법’을 배운 적도 없고 훈련을 받은 적도 없다. 그들은 외계에서 온 사람들처럼 서로에게 낯설다. 거의 하루 종일을 한 공간에서 보내지만 그들 사이엔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 지척이지만 천리처럼 느껴지는 그들 사이의 거리를 무엇으로 어떻게 메우느냐 하는 문제는 보통 심각한 고민거리가 아니다.
P78 나이가 들면 너그러워질 줄 알았다. 나이가 들수록 너그러워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그 반대이다. 나이가 들수록 섭섭한 것도 많아지고 원망도 커져 가는 것이 나날이 속이 좁아져 간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체면은 살아서 남들에겐 아주 너그러운 표정을 지어낸다.
P139 여자들은 아픈 데가 많다. / 그들은 아플 수밖에 없다. 때가 오면 훨훨 날아다닐 수 있도록 날 준비를 착실히 해 온 그들이지만 날개가 다 자라도 날 수 있는 공간은 좀체 없다. 겨드랑이가 근지러워서, 움츠린 날개가 갑갑해서 그들은 몸이 아프다.
P163 시어머니들이 요즘 젊은 여자애들은 자기밖에 모르는 것들이라 어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고 불만스러워하는 것과 똑같이 젊은이들은 요즘 시어머니들이 너무 자기 중심적이라 젊은이들에 대한 배려를 할 줄 모른다고 비난한다.
P196 우정은 길과 같아서 자주 다니지 않으면 잡초가 우거진다는 말이 잇다. 친구를 만드는 데는 각별한 품이 든다.
P212 도심을 못 떠나는 이유/ 지금이 떠날 때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사로 잡았다. 누가 내 등을 밀어 도심에서 추방시키기라도 할 것 같은 위기감에 쫓기며 결사적으로 내가 계속 머물러야 할 핑곗 거리들을 찾기 시작했다.
표지 늙음을 맹렬히 부정하느라 정작 어떻게 늙을 것인가 준비는 하나도 못하면서 우린 그저 속절없이 늙어만 가고 있다.
11-57 Trina Paulus, Hope for the Flowers, Published by Paulist Press, 1972. **
p115 “You mean to die?” “Yes and No,” he answered. “What looks like you will die but what’s really you will still live. Life is changed, not taken away. Isn’t that different from those who die without ever becoming butterfl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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