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6 박혜영, 히피의 여행바이러스, 넥서스BOOKS, 07. ***
P34 비움의 미학이란 버린 물건들에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남겨진 물건들에 있었다. … 버려야 하는 몇 가지를 들고 고민하기보다 필요한 몇 가지를 두고 고민하는 것, 그러면 선택은 의외로 쉽다.
P41 때때로 삶의 속도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오히려 철저하게 시간을 놓아버려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P71 세련된 멋과도 거리가 멀었고, 편리함과도 거리가 멀었지만 반질반질한 그 시간의 깊이가 좋았다. 오래된 물건에는 사람을 위축시키지 않는 편안함이 있었다.
P111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소 싶은 건 비단 연어 떼 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 가슴 속 한 켠에 돌아갈 곳을 그리는 영어를 키우고 있다. 사람들은 그 진한 그리움을 가슴에 안은 채 삶의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해 안달이다. 우리는 어디를 향해 그렇게 바쁘게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던데, 다행히 길 위에도 그리운 것들은 있었다.
P125 “터키 사람들이 왜 행복하냐고? 터키 사람한테는 딱 세 가지 날만 있거든, 내가 태어난 날, 내가 사는 날, 그리고 내가 죽는 날, 그래서 슬퍼할 시간도 걱정할 시간도 없지. 그래서 웃는 거야, 인생은 너무 짧으니까, 게다가 인생은 단 한번, 우린 그걸 알기에 날마다 행복한 거지.”
P205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연광으로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찍어내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사진은 없는거야.”
P279 잘츠부르크의 어느 시장에서 만난 데운 와인은 이슬처럼 흩뿌리던 한 방울의 비 때문에 그리고 달콤했고, 영국의 홍차는 잿빛 하늘 아래 착 내려앉은 축축한 공기 때문에 그리 따뜻했을 것이다. 그리고 터키의 애플 티는 각설탕을 휘휘 저어주던 사람들의 온정 때문에 더욱 달짝지근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베트남에서 마신 건 비단 커피만이 아니라 그곳의 공기까지 홀짝홀짝 마셔댔던 것인지도 모른다.
P292 작고 초라한 간이역에서 뜻밖의 마음의 위로를 받는 것처럼, 크고 거대하고 웅장한 것들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뜻밖에도 작고 초라한 것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다행이다. 너무 늦지 않은 나이에 작고 초라한 것들을 사랑하게 되어.
P297 여행은 흔히 일상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실지로는 그렇지 않다. 여행은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자살까지 결심했던 딱한 사람들에게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알려준 소설의 내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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