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년 책이야기

22-03 우리가 사랑한 1초들

paula won 2022. 1. 24. 12:00

22-03 곽재구, <우리가 사랑한 1초들>, , 2011. 2. **

P24 그 나무의 이름은 조전건다, 였지요. 이 나무는 오직 산티니케탄에 만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나무의 꽃에서는 달빛의 냄새가 난다고 말했지요

P27 허름한 영혼이지만 우리들 모두 작은 종이배 하나가 되어 인생의 강물 속으로 흘러 들어가겠지요.

P42 가난하고 소박하고 평화롭고 따뜻하게 인생을 배우고 삶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라딴빨리의 노천 카페들입니다. 오세요, 당신 500원이면 하루 종일 당신의 인생과 철학, 예술과 여행에 대해 세계의 젊은이들과 먹고 마시며 행복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P72 길가에 아주 작고 허름한 짜이 가게가 있습니다. 호롱불 두 개가 침침하게 켜져 잇는 찻집인데 의외로 사람들이 여럿 있습니다. 얼굴을 분별하지 못하는 어둠 속에서 두런두런 들리는 얘기 소리는 정답고, 찻집의 캄캄한 흙벽에서 풍겨 나오는 흙 냄새도 한없이 포근합니다. 오래전, 타고르 시절부터 있던 찻집이라고 투툴이 말해줍니다. 어둠과 함께 마시는 차 맛이 더없이 맑고 깨끗했습니다.

P78 아카시, 강가. 두 단어 모두 내가 아는 단어들입니다. 아카시는 하늘이라는 뜻이고 강가는 모든 인도인들이 사랑하는 어머니의 강갠지스이지요. 하늘을 흐르는 어머니의 강. 세상에서 은하수를 나타내는 가장 아름다운 말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P144 모든 학생들은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성품이 다르고 좋아하는 빛깔과 음식도 다 다르다. 선생은 각각 다르게 성장한 학생들이 제 개성에 맞도록 그 곡을 해석할 수 있게끔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다. 열 명의 학생이 한 곡을 연주할 때 각기 다른 열 곡의 음악이 탄생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그는 아주 쉽게 얘기해 주었었지요. ……….. 시타르 연주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는 음악을 깊게 듣는 것이라고 말하는 군요. 음악을 섬세하게 듣고 그 음악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음악을 사랑하게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말했습니다.

P152 지금껏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타인의 삶들을 흉내 내고 쫓아가기에 급급했던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부끄러움이 밀려들었지요 내가 노인의 삶을 흉내 내어야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초라하고 궁색하더라도 나는 나의 삶을 살아야 겠지요. 아무리 고상하고 아무리 우아할 지라도 그것은 내 것이 아닌 타인이 이룩한 탑인 것입니다. 타인의 탑의 표피에 얼굴을 부비고 동경한다고 해서 내가 그 탑이 될 수는 없는 거지요.

P162 우리는 이 식당에서 뗀뚝과 뚝바와 볶음밥들을 먹었지요. 히말라야 산록을 여행하는 가장 큰 즐거움 중의 하나는 바로 이 티베트 식당들입니다. 티베트 음식 맛이 우리와 아주 비슷해서 이곳에서는 이국의 음식들을 고향 같은 마음으로 먹을 수 있지요. 뗀뚝은 우리의 수제비와 같은 음식이고 뚝바는 칼국수와 같은 음식입니다.

P264 내가 된장 샌드위치를 처음 먹게 된 것은 키르기스스탄의 한 고려인 마을에서였지요. 수도인 비슈케크에서 자동차로 한나절 거리의 그 마을 이름은 우즈또베입니다.  우즈또베는 1936년 스탈린이 만주에 있는 조선인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시킨 뒤 형성된 비극적 마을이지요. 조선인들과 일본인들의 얼굴이 닮아 구별하기 힘들고 스파이 활동을 할 가능성이 많다는 이유로 수십만의 조선인들이 화물 열차에 태워져 허허벌판의 사막지대에 버려졌습니다. 그 벌판에 토굴을 파고 움집을 짓고 맨손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는 군요. 이곳에 처음 벼농사를 짓기 시작한 사람들이 그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중앙아시아 일대에 버려진 조선 사람들을 역사는 고려인이라 부릅니다.  회벽을 바른 초가집과 팔작 지붕 형태의 기와집, 분꽃과 호박꽃과 옥수수 밭 ….. 마을의 외양은 어릴 적 우리의 시골 모습과 거의 방불하였지요. 얼마 전까지 사용했다는 디딜방아도 보았습니다.

P284 열흘 사이에 두 차례의 꽃이 피는 꽃나무를 당신은 아세요? 그 꽃나무에서 풍겨 나오는 달빛 냄새 그리운 몬순의 냄새도 말이지요. 조전건다 꽃나무 아래 서서 꽃 향기를 말이지요. 조전건다 꽃나무 아래 서서 꽃향기를 맡습니다. 언제부터 나무가 이곳에 홀로 서서 꽃향기를 뿌리게 되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P324 인도인들의 금 사랑은 유별납니다. 이들은 목돈이 생기면 은행으로 가지 않고 곧장 금을 사러 갑니다. 이들이 금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 힌두교의 율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힌두교에서 최고의 죄는 살인이 아닙니다. 살인보다 더 큰 죄가 둘 있는데 하나는 스승의 아내를 범한 죄이고 다른 하나가 금을 훔친 죄입니다. 이 두 가지 죄를 지은 자는 카스트의 굴레 밖으로 떨어지고 아무리 선한 업을 쌓더라도 영원히 구제 받을 수 없습니다.

P325 호숫가에는 키 큰 코코넛 나무들이 서 있고 초가집들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아주 얼릴 적 내가 살았던 마을들의 풍경과 꼭 같습니다. 꼬스바의 초가집이 예전 한국의 초가집과 다른 점은 이층 구조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층 초가집들은 이곳의 자연환경이 빚어낸 필연적인 구조일 것입니다. 흙벽을 두텁게 치고 지붕을 이층 구조로 만들면 아래층은 훨씬 시원하게 됩니다. 이층에는 살림살이나 농기구들을 보관하면 되는 것이지요.

P338-339 인도의 한적한 시골 마을, 화장터가 자리한 작은 마을의 멜라에 처녀들과 아낙네들, 할머니들이 자신이 간직한 가장 고운 빛깔의 사리를 입고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들의 삶에 왜 곡진함이 없겠는지요. 슬픔과 아픔, 증오와 기쁨의 긴 강들이 어찌 없었겠는지요. ….. 그 모든 시간들을 잊고 그들은 색색의 사리와 함께 이 뜨거운 들판에 들어선 것입니다. 아무리 땀을 흘려도 그것은 단순하 열정 이상의 의미가 아닙니다. 생은 더 깊고 무수한 땀방울들로 이어 만든 목걸이처럼 찬란하고 눈부십니다. ……. 깊은 애증의 물방울들로 빚어진 생의 시간들 또한 빛나고 찬란할 테니 말이지요.

P339 인도 아낙네들의 삶은 사리와 함께 진행됩니다. 어릴 적 학교에 다닐 때 잠시 서양식 교복을 입긴 하지요. 그렇지만 잠시입니다. 중학교 무렵쯤 펀자비라고 불리는 바지가 곁들여진 전통 복식을 입다가 성년이 되면 사리를 입습니다. 색색의 천으로 몸을 휘감는 양식이지요. 물을 길을 때도 밥불을 땔 때도 사리를 입습니다.  ……… 생일이나 특별한 날에는 자신들이 지닌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사리를 입습니다. 모두 빛나고 찬란하지만 같은 빛과 같은 형식의 사리는 거의 입지 않습니다. 나만의 생의 시간들이 있듯 나만의 고유한 사리를 입는 것입니다.

P341 생이 지닌 가장 찬란한 빛깔들이 바람과 햇살과 함께 춤추며 환호하는 곳. 인간이 신과 대등하게 빛에 대해서 논할 수 있는 곳. 한 꿈의 바다. 한 찬란하고 눈부신 생의 바다. 그 한가운데 꽁까리 멜라가 펼쳐지는 것이빈다.

*꽁까리 멜라는 벵골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인 414일에 펼쳐지는 축제입니다. 설 전날에 펼쳐지는 큰 명절과 다름 없는 축제라는 걸 글 쓴 뒤에 알게 되었지요. 축제에서 파는 대나무 부채는 전통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새해의 시작이 한더위에 시작되니 더위 먹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잇는 것이지요. 우리의 정월 보름에 복조리를 파는 풍습과 닮아 잇습니다. 참고로 이날 저녁의 뉴스에서는 50만의 인파가 꽁까리 멜라에 모였으며 기온은 섭씨 48도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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