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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 나의 아름다운 이웃

paula won 2017. 2. 26. 09:55

17-06 박완서 지음, <나의 아름다운 이웃>, 작가정신, 2010, 320. **

P69 혼자 살 수 있는데도 같이 살고 싶은 남자를 만남으로써 결혼은 비로소 아름다운 선택이 되는 것이지 혼자 살 수가 없어 먹여 살려 줄 사람을 구하기 위한 결혼이란 여자에게 있어서 막다른 골목 밖에 더 되겠느냐는 게 후남의 생각이었다.

P119 나는 시골뜨기답게 이런 철이가 뭔가 비정상적인 것처럼 느낀다. 투실투실한 양호한 영양 상태조차 비정상적인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마치 시골에서 아무렇게나 자유롭게 자라는 토종 닭을 보다가 서울 근교 양계장에서 배합 사료로 자라는 토실토실한 육계를 보았을 때 느끼는 막연한 연민과 저항감을 닮은 심리였다. 아내 말 짝으로 지극히 시골뜨기다운 촌스러움 인지도 모른다. 철이는 온종일 부모에 굶주렸던 아이답게 저녁에 우리를 만나면 말이 많다. 그러나 철이 하고 말을 나누고 나면 나는 번번이 어떤 허전함을 맛보는 것이다.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었다 기보다는 코미디 연습의 상대역을 당한 기분이기 때문이다.

P120 철이가 건강한 표준형의 아이인 데도 내 눈에 어딘지 불 건강하고 허전해 보이는 것은 자연에의 사랑을 모르고 자란아이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할 때가 있다.   ……  다행히 철이는 자연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곧 나는 철이가 좋아하는 자연이 자연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라 인공의 질서 속의 자연이라는 걸 알게 됐다. 철이는 어린이대공원과 창경원의 패밀리 랜드는 좋아했지만 도봉산 등산은 싫어했고 기차를 타고 가 내린 이름없는 시골의 들길은 싫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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