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9년 책이야기

13-4,5 옥수수빵 파랑/ 생각이 나서

paula won 2013. 2. 15. 16:34

13-04 이우일 글 그림, <옥수수빵파랑>, 마음산책, 2009. **

 

p148 사골이나 닭 뼈로 국물을 내고 잘 익힌 쌀 국수에 얇게 썬 소고기, 양파, 고수(향차이), 천엽, 숙주, 파 등을 넣어 만든 포는 베트남의 주식이다. 소설 <다다를 수 없는 나라>에도 포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등장하는데, 베트남에서는 쌀 국수 대신에 쌀밥을 말아 먹기도 하고, 그것도 포라고 한다고 했다.

 

글과 그림이 아주 재밌게 펼쳐진 책인지라 편안하게 그리고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다.

그의 그림을 들여다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지고 다시금 어릴 때 나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마력이 있다.

 

 

13-05 황경신 <생각이 나서>, 소담출판사, 2010. **

 

015 천 년 동안   한 천년 버틸 집을 지으려면 한 천년 사는 나무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은 천 년을 살지 못해도 집은 천 년을 살아야 한다며, 목수들은 천 년 살 나무로 천 년 살 집을 짓는다고 한다. 천 년 살 나무를 자를 때는 나무의 휘어짐을 따른다고 한다. 휘어짐을 무시하고 직선으로 자르면 나무는 천 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고 한다. 누군가를 천 년 동안 사랑하려면 그의 휘어짐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가 그 사랑 안에서 살아 숨쉴 수 있도록 그의 굴곡을, 그의 비뚤어짐을, 그의 편협함을, 그의 사소한 상처와 분노와 아픔을 이해해야 한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어떤 방향을 향해 휘어졌는가. 나의 휘어짐을 당신은 받아들일 수 있는가. 우리의 휘어짐은 서로를 내치는가, 아니면 받쳐주는가. 우리는 사랑을 지을 수 있는가. 천 년 동안 지속될 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당신과 나는.

 

069 고장   아픈 기억들은 옷장 속에 숨겨놓을 게 아니라 세상에 내놓고 비바람 맞게 하는 것이 좋을 거야 그토록 선명한 것들도 언젠가는 지워질 테니까.

 

084 생각이 나서   언제가 나는 당신 생각이 나서 빵을 구웠죠. 밀가루를 반죽하고 시간을 들여 발효시키고 옥수수 가루를 듬뿍 뿌려서. 당신은 결국 그 빵을 먹지 못했지만 내 작은 방은 지금도 그날의 빵 굽는 냄새를 기억해요. 희망과 꿈이 버무려진, 천국의 향기를.

 

105 감히 세계관이라니      나의 세계라는 것이 화분 하나보다 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세계, 라고 할 때는 우주, 적어도 지구 정도는 염두에 두지 않을 까. 이 도시조차 자유롭게 넘나들지 못하는 내가 감히 세계관이라니. (이런 생각 역시 세계관 혹은 가치관 혹은 편견일지도)

 

121 서울 2010      -이다음에 돈을 많이 벌면, 마당이 있는 작은 한옥을 하나 살 거야. 장독대마다 맛깔스러운 장을 채워 넣고, 기왓장을 타고 똑똑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그 박자에 맞춰 노래를 부를 거야. 바람이 좋은 저녁에는 사람들을 불러 잘 익은 김치와 막걸리를 나누며 <희망가>를 들어야지........  옆집에 좋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 내가 여행을 떠난 사이 내 꽃에 물을 줄 수 있는 친구 말이야.

 

123 그럴 수만 있다면      난 항상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되었으면서도 그럴 수만 있다면 좀 약해지고 싶었다.  -페터 한트케, <소망 없는 불행> 중에서-

 

152 흔들리다      

이세상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고

헤르만 헤세는 말했고

일생 동안 만 권의 책을 읽지 못한다고  

말라르메는 통탄했는데/

무슨 대단한 것을 이루겠다고

홀로 성을 쌓고 단단해지겠는가.

뭘 어쩌겠다고 닥쳐오는 바람을 피하겠는가./

삶이 허락하는 한 삶 속에서

빛이 허락하는 한 빛 속에서

가난하고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 속에서 그

렇게 흔들리다가/

언젠가 죽음과 어둠이 나를 더 사랑하는 날이 오면

조용히 복종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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