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3 정희재,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걷는 나무,2010. ***
p81 감사에는 두 단계가 있다. 기초 단계에서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서야 자신의 행복을 깨닫는다. 이 단계에선 특별한 고민거리가 없거나 작은 욕구만 충족돼도 행복이라 여긴다. 심화단계는 이보다 한 차원 진화한 것인데, 어떤 비교의 대상 없이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지극히 행복한 존재임을 자각하게 된다.기초 단계에서는 자신보다 비교우위의 대상을 만나거나 고민거리가 찾아오면 쉽게 불안의 먹이가 된다. 그러나 심화 단계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행복을 놓치지 않는다. 마음 깊은 곳까지 신뢰와 평화가 고여있어 언제나 여여한 힘을 잃지 않는다.
p83 나는 밤이 더 어두웠으면 좋겠어요. 밤이 너무 밝아요 .... 밤이 밤 같지 않아서 방향감각을 잃고 죽어가는 철새들 얘기를 꺼낸다면 너무 낭만적이라고 할지 모르겠어요. 불빛 때문에 밤과 낮을 구분하지 못해 생장 점에 이상이 생기는 나무들 얘기도 그렇고요. 철새와 곤충, 나무들에게 안 좋은 일이 사람에게 좋을 리 있겠어요. 충분한 어둠 속에서 쉬지 못하기에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기고, 암이 생긴다고 하네요.
p102 마음을 열자 바람을 탓하지 않는 나무처럼, 태양을 원망하지 않는 사막처럼 나는 둥글어진다. 둥글게 나를 껴안고, 당신을 껴안는다. 당신이 평화롭기를, 그리고 행복하기를.
p133 내가 무엇인가를 계획하면 그 계획의 허술함을 지적하기보다 긍정과 낙관의 힘으로 격려해 주었다. 그리고 끝까지 믿어 주었다.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사람이었고, 그들이 나눠 준 온기였다.
p169 "적게 소유하고 풍부하게 존재하라." 하루를 세 단위로 나눠 새벽에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낮에는 노동하고, 밤에는 이웃과 친교를 나누며 살았던 생태 근본주의자 스콧 니어링의 말이다.
p204 냉정하고 불공평한 세상 탓만은 아니었다. 스스로 행복의 기준이 늘 바뀌기에 오래 행복을 붙잡아 둘 수 없었던 거. 취직만 되면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하다 직장에 들어가선 저 사람만 없으면, 이일만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 집 한 칸을 소원하다가 막상 생기면 더 큰 평수를 원한다. 비가 오면 햇빛을 그리워하고, ....
p259 커피라면 숲에도 있었다. 숲 속에서 나는 단순하고 소박한 행복에 빠져 있었다. ....겨울 숲은 풍성한 은유와 치유력으로 나를 충만하게 했지만 어느 시점이 지나자 내 몸은 도시의 자극을 원했다.
p266 쉬어가기 마음이 싸늘하게 식고, 모든 걸 끝장내고 싶을 만큼 화가 나는 날이. 이런 날은 내 삶에 두 가지가 부족하다는 신호다. 느림과 텅 빔..... 공원이나 숲길, 가능한 조용한 곳을 홀로 걷는다. 오른발, 왼발의 움직임을 느끼며 천천히 걷는다. 느림을 충전하는 거다. ...
p269 느림과 텅 빔. 이 두 가지로도 마음이 쉬어지지 않을 때 마지막으로 시도해 보는 방법 하나. 정성스럽게 요리한 음식을 먹고, 푹 자기.
p297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심장에서 울리는 소리를 따라 길을 떠난다. 그러나 진정 성숙한 여행자는 돌아와서 자기 발 밑의 장미 한 송이를 더욱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보다 멋진 사람은 굳이 떠나지 않고도 일상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내면의 여행자이다. 혹여 장미가 아니라 패랭이 꽃이나 작은 들풀인들 어떤가.
p321 마음 알아차리기 나는 오늘 몇 개의 콩을 옮겼는가. 주머니 두 개가 달린 앞치마를 두르고 하루를 보내는 수행이 있다. 한쪽 주머니에만 콩을 한 줌 넣어 둔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릴 때마다 빈 주머니에 콩을 하나씩 옮긴다. 화가 날 때 한 알, 즐거울 때 한 알, 두려울 때 한 알, 측은함을 느낄 때 한 알, 누가 마음에 안 들 때 한 알, 맛있다고 느낄 때 한 알 .... 밤이 되면 옮긴 콩 개수를 헤아린다. 그 콩의 개수가 바로 우리가 진정으로 살아 있다고, 깨어 있다고 느낀 횟수다.
p323 나누기
이 세상의 어떤 기쁨이든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려는 의도에서 나온다. 이 세상의 어떤 고통이든지 자기 자신만 행복하겠다는 욕망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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