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신경숙, , 문학동네, 1995. * P13 어느 해나 그 집 초봄의 마당 풍경 속엔 어김없이 이리저리 흩어져 종종걸음치는 노란 병아리 떼가 있었다. 마당 여기저기 놓여져 있는 병아리가 먹을 물 접시들. 언제든 드나들 수 있도록 돌이 괴어 있던 무덤처럼 둥그런 닭 우리. P48 밤에 잠들 때는 모든 활동을 그치고 마음의 갈등을 쉬어야 한다. 아침에 깨어날 때는 모든 일에 마음을 쓰며 되돌아보아야 한다. P96 나리꽃이 보이고 패랭이 꽃도 보였다. 절 집 뒤 곁 약수터 절벽에 대롱대롱 매달린 산맹감 몇 개 따먹는데 입 속으로 눈 속으로 아침 하늘이 쏟아졌다. P98 추석 전날은 문풍지며 장롱 속이며 새로 단장된 집의 대문이 활짝 열리고, 장닭이 잡히고, 화덕에 걸린 솥에선 돼지 머리가 삶아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