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012년 책이야기

10-54 다산어록청상

paula won 2010. 12. 22. 12:33

 

10-54 정민, 다산어록청상, 푸르메, 2010

 

P22 열복과 청복;  열복- 외직에 나가서는 대장군의 깃발을 세우고 관인을 허리에 두르며 노랫소리와 음악소리를 벌여놓고 어여쁜 아가씨를 끼고 논다. 내직으로 들어와서는 놓은 수레를 타고 비단 옷을 입고서 대궐 문으로 들어가 묘당에 앉아 사방을 다스릴 계책을 듣는다.   // 청복-깊은 산 속에 살며 거친 옷에 짚신을 신고 맑은 못 가에서 발을 씻으며 고송에 기대 휘파람을 분다. 집에는 좋은 거문고와 고경을 놓아두고, 바둑판 하나와 책 한 다락을 갖추어둔다. 마당에는 백학 한 쌍을 기르고, 기이한 꽃과 나무 및 수명을 늘이고 기운을 북돋우는 약초를  심는다. 이따금 산승이나 우객과 서로 왕래하며 소요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아 세월이 가고 오는 것도 알지 못한다. 조야가 잘 다스려지는 지 어지러운지에 대해서도 듣지 않는다.

 

P33 마음이 하는 일을 낯빛이 닮아간다…….. 사람은 생긴 대로 노는 것이 아니다. 노는 대로 생긴다. 상은 자꾸 변한다. 사람은 나이 들면서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P89 성인과 광인; 사람은 감정의 동물인지라 늘 허물이 뒤따른다. 허물이야 누구든 없을 수 없다. 하지만 허물이 있을 때 이를 돌이켜 뉘우치는가, 아니면 없던 일로 덮어두는 가에 따라 성인과 광인이 갈린다. 성인은 끊임없이 자신을 돌이켜 반성하여 나날이 향상하는 사람이다. 광인은 제 재주만 믿고 남의 탓만 하며 투덜대다 제풀에 주저앉는 사람이다.

 

P105 자세를 바로 하라; 바른 자세 속에 성실한 마음이 깃든다. 허리를 곧추 세우고 앉으면 단전에서부터 정수리로 뜨거운 기운이 밀고 올라온다. 허리를 숙이거나 등을 기대면 기운은 다시 흩어진다. 바른 자세로 앉을 때 낯빛이 바르게 되고, 말투가 공손해진다.

 

P132 초서의 방법; 무릇 한 권의 책을 얻더라도 내 학문에 보탬이 될 만한 것은 채록하여 모으고, 그렇지 않은 것은 눈길도 주지 말아야 한다.

 

P157 자네 좋은 글을 쓰고 싶은가? 무엇보다 먼저 사람 되는 공부를 하게. 수양을 통해 덕성을 쌓고, 학문으로 시비를 판단하는 역량을 기르게. 하나하나 가슴속에 온축해두고, 어떤 상황과 만나 도저히 한바탕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있거든 그때 붓을 들어 글로 쓰게. 그걸 보고 깜짝 놀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문장이다!’라고 말할 걸세.

 

P185 역경은 보약도 되고 독약도 된다. 시련은 위기이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어떤 이는 절망 속에 희망을 길어 올리고, 속수무책으로 좌절의 나락에 떨어지기도 한다. 모든 역경과 시련, 절망과 좌절은 일종의 기회임을 알아야 한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밑바닥에서 딛고 일어서면 겁날 게 없다.

 

P207 나는 담박함을 즐긴다. 채마 밭을 일구고, 차를 덖느라 늘 바쁘게 한가롭다. 이 청량함이 참 고맙다. 내 읽고 싶은 책 읽고, 내 즐기는 담배를 피우며, 굳이 목표를 세움도 없이 건성건성 들춰보는 옛 책의 갈피서 나는 무한한 삶의 기쁨을 맛본다.

 

P211 복락을 끝까지 누리려 들지 마라.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 사치는 끝간 데를 모른다. ….  복은 조금 부족한 듯 누리는 것이 옳다. ….. 베풀면 더 풍족해지고, 나누면 더 커진다.

 

P239 큰돈은 쉽게 쓰고 작은 돈은 아껴 쓰라. … 푼돈을 우습게 알면 평생 목돈 한번 만져보지 못하고 허덕이다. 끝난다. 목돈을 내던질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 밑천을 잡을 수가 있다.

 

P247 근본으로 돌아가라; 공손과 성실, 근면과 검소, 이 네 가지 덕을 바탕으로 마음 밭을 갈고 흙 밭을 일구어라. 바보 소리를 들어도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 쓸 데가 많으면 쓸 일을 줄여라. 삶을 더 단순하게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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